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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기획특집 2026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조희군 한국문인협회 제37대 경주지부장 “짧지만 울림 있는 시처럼”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24호 입력 2026/03/26 13:02 수정 2026/03/26 13:36
경주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 ②

 

경주 예술계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경주지회 산하 7개 협회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새롭게 출범한 각 협회 지부장들을 만나 지역 예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35년간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조희군(63) 시인이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 제37대 지부장으로 추대됐다. 오선아 기자확대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35년간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조희군(63) 시인이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 제37대 지부장으로 추대됐다. 오선아 기자

 

취임을 앞두고 한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방향성만 제시하면 된다.” 160명이 넘는 회원 단체를 이끄는 자리에서 그 말이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35년간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조희군(63) 시인이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 제37대 지부장으로 추대됐다.

2000년 문예지 ‘순수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경주문협 사무국장, 경주국제PEN 사무국장을 맡으며 지역 문학의 크고 작은 일을 묵묵히 해온 사람이다.

그 사람이 이제 앞자리에 섰다.

글과의 인연은 형에게서 비롯됐다. 세 살 터울의 형 조희길 시인이 글을 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창시절 각종 백일장에 참가하면서 김동리, 박목월 선생을 뵈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1982년 고등학교 시절에는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대구대신문사 주최 문예작품 현상공모에 단편소설을 응모해 입상하기도 했다.

그 열정이 훗날 2000년 등단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글을 쓰면 두 딸에게 먼저 보낸다. 한 번도 그냥 통과된 적이 없다. “어디를 고치라는 게 아니라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작은 딸은 카톡으로 올리면 맞춤법부터 잡아낸다. 까다로운 첫 독자들 덕분에 글이 더 단단해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지부장직 제의는 처음이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도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이 고사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에야 마음을 굳혔다. “한 번쯤은 봉사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조심스러움은 여전하다. “64년 역사를 이어온 선배님들이 해놓은 길인데, 참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볼까 해서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따뜻한 문인협회’다. 원로들을 정성껏 예우하고, 새로 들어온 회원들을 응원하고 만남이 기다려지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둘째는 ‘작품이 중심이 되는 문학 활동’이다. “문학의 정체성은 작품입니다. 작품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어렵게 펴낸 작품집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협회가 나서서 창작을 응원하는 자리를 만들고, 회원들의 문학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구상 중이다.

셋째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경주문협’이다. “얼마나 힘들게 쓰고, 얼마나 힘들게 낸 책입니까. 누군가 손에 들고 읽어준다면 작가도 살아있는 겁니다.”

집 책장에 잠들어 있는 작품집이나 소장 도서를 시민들과 나누는 도서 나눔 행사, 누구나 편하게 드나드는 문학 사랑방이 그가 그리는 그림이다.

경주가 문학의 고향이라는 말을 그는 근거로 말한다. “매년 신춘문예에 경주 출신 문인들이 당선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네 분이 다섯개 신문사에 당선되셨습니다. 25만 도시에서 이 정도면, 실증이 된 겁니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소박한 데 있다. 주민센터에서 신분증을 내밀었을 때, 직원이 이름을 보고 그의 시를 읊었다. 새벽에 흔들리는 목소리로 전화해 온 노시인도 그랬다. 자신의 시를 읽었다고 했다. “글로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겁니다.”

SNS가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다양한 연령대에게 문협의 문을 넓히는 방법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는 그는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지 않는다. 단 임기가 끝났을 때, 회원 한 명이라도 더 글을 쓰고 싶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짧지만 울림 있는 시처럼, 그렇게 남고 싶다고 했다.

한편 제37대 집행부는 부지부장 김광희 시인, 전인식 시인, 사무국장 최윤정 수필가 등으로 구성됐다.

올해 주요 사업으로는 청소년 문화경연대회, 임란의사추모백일장, 제59회 목월백일장, 청마백일장, 신라문화제 전국한글백일장, 신라문학대상 공모, 경주문학상 공모 등 다양한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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