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에서 기획전 ‘Sensescape’가 열리고 있다. 플레이스씨와 PS CENTER가 협업한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풍경을 감각의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시각 중심의 감상 방식에서 청각과 물성의 감각까지 확장된 새로운 풍경의 경험을 선보이는 자리다. 권지영·이건희·이소요·시율 네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소요 작가는 ‘가파도 레이크’ 연작으로 주목받았다. 작가는 동식물·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 기반 예술가로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재료를 실험하는 과정 자체를 창작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번 연작의 재료는 제주 남쪽 섬 가파도에서 직접 채집한 식물이다. 섬갯쑥부쟁이·까마귀쪽나무·억새·강아지풀 등을 삶고 짜고 갈아 염료를 추출한 뒤 금속성 매염제와 단계별로 결합해 레이크 안료를 완성했다. 삶고 남은 섬유질은 약품 처리해 식물 펄프 종이로 떠낸다. 안료와 종이 바탕 모두 식물 한 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소요 작가는 “한 종의 식물로만 만든 거라서 꽃은 보라색이고 잎도 있고 뿌리도 있고 하니까 이렇게 다양한 그러데이션의 색들이 이 한 식물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격자 구조로 이어진 펄프 조각들은 부위와 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질감의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물감으로 칠한 것과는 다른 식물 본연의 색을 화면에 펼쳐낸다.
전시장 한편 테이블 위에는 염료 추출 과정에서 나온 커피 필터 수십 장이 펼쳐져 있다. 식물마다 염료를 추출하고 걸러낸 흔적들이다.
작가는 “식물 수집부터 완성까지 2주 정도 걸렸어요. 사람들이 이게 더 작품 같다고 해요.(웃음)” 작가는 이 부산물도 버리지 않고 전시장에 올렸다. 과정의 흔적 자체가 작품의 일부인 것이다.
권지영 작가는 흙의 물성으로 햇빛·석양 같은 내면의 풍경 기억을 도자 오브제로 재구성했다. 이건희 작가는 닥을 버무려 만든 수제 종이의 층위와 촉각적 표면으로 나무와 구름, 숲을 연상시키는 자연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음악가 시율은 제주 4·3의 역사와 해녀의 숨비소리를 피리와 바이올린 선율로 풀어내 전시 공간에 청각적 풍경을 더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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