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경주의 왕릉급 고분 두 곳이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잡목과 잡풀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확인 결과, 천북면 신당리 산7번지와 현곡면 소현리 산126-3번지 일대의 고분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풀에 뒤덮여 있었다. 발굴 당시 이목이 집중됐던 현장은 사실상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헌강왕릉과 흡사한 구조…희귀 석주까지
천북면 신당리 1호 고분은 2013년 발굴 당시 직경 16m, 높이 2.8m 규모의 원형 봉토분으로 확인됐다. 땅을 파고 측면으로 통로를 뚫어 석실에 시신을 매장하는 ‘횡혈식 석실분’ 구조로, 사적 제187호인 헌강왕릉과 석실 규모와 평면 양상, 축조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특히 현실(무덤 방) 내부에서 확인된 석주(돌기둥) 3개는 기존 통일신라 고분에서 출토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구조로 평가된다. 봉분 둘레에 지대석과 3단 호석(둘레돌), 받침석이 온전하게 갖춰져 있어 통일신라 8~9세기 최고 지배층의 묘제 연구에 결정적인 자료로 꼽힌다. 고분 주변 유적에서 토기류(유개대부완 등)가 수습됐으나, 석실 내 부장품은 도굴로 인해 대부분 소실된 상황이다.
소현리 고분엔 왕릉에서만 나타나는 12지신상
소현리 산126-3번지 고분 역시 왕릉급 유적으로 분류된다. 동서 11m, 남북 11.2m 규모로 호석과 지지석 17개를 갖춘 이 고분에서는 말을 비롯한 동물상이 새겨진 12지신상 돌 7개가 확인됐다.
12지신상은 성덕왕릉 이후 신라 왕릉에서만 등장하는 독자적인 상징물로, 일반 귀족 무덤에는 나타나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현리 고분은 통일신라 왕릉의 변천 과정을 추적하는 핵심 고리로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역사는 관심을 받아야 역사가 된다”
하지만 현재 두 유적의 보존 상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신당리 1호분의 3단 호석은 풀에 덮여 육안으로 확인조차 어렵고, 소현리 고분의 12지신상이 확인됐던 지대석 주변도 잡풀로 가득해 유적의 윤곽을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방치가 지속될 경우 겨울철 동결 팽창으로 인한 석실 붕괴나 호석 이탈 등 물리적 훼손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봉원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소현리 석실분은 12지신상이 출토됐고, 신당리 고분은 구조가 민애왕릉과 흡사해 신분이 매우 높은 인물의 무덤으로 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유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주의 방대한 문화유산 때문에 개별 유적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문화유산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처럼 중요한 유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는 관심을 받아야 역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소현리 고분에 대해 “부지 소유권이 국가철도공단에 있어 해당 기관에 조치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 신당리 고분에 대해서는 “매장유산으로 관리 중이며, 올해 본예산에 예초 비용을 편성해 정비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초 작업에 그치지 않고 유적의 역사적 무게에 걸맞은 적극적인 행정과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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