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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보문으로 옮긴 라우갤러리에서 만난 송휘 관장

오선아 기자 suna7024@hanmail.net 1722호 입력 2026/03/12 13:46 수정 2026/03/12 14:07

 

새 보금자리에서 마련한 특별전은 라우갤러리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오선아 기자확대
새 보금자리에서 마련한 특별전은 라우갤러리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오선아 기자

지난 17년간 경주 미술계를 묵묵히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 라우갤러리가 보문단지(북군길 98)로 자리를 옮겨 새 출발을 알렸다. 송휘 관장은 이번 이전을 계기로 독립된 공간에서 한층 체계적인 전시 기획과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새 보금자리에서 마련한 특별전은 라우갤러리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1870년대 유럽 고전 작품 4점을 비롯해 김창열,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30여 점이 경주 시민들을 맞이한다. 송 관장이 오랜 시간 발로 뛰며 수집해온 소장품에는 작품마다 그만의 발자취가 녹아 있어, 관람객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송휘 관장은 자리를 옮긴 공간에서 한층 체계적인 전시 기획과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선아 기자확대
송휘 관장은 자리를 옮긴 공간에서 한층 체계적인 전시 기획과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선아 기자


작가 출신 관장이 운영하는 전문 갤러리


본래 작가 출신인 송 관장은 예술가가 겪는 고충을 몸소 잘 안다. 그래서일까, 갤러리를 운영하면서도 늘 작가들의 입장에 마음이 먼저 기운다.

 

“작가에 대한 애착이 사실 커요. 지금은 작품활동을 안 하지만 힘들다는 거 누구보다 더 아니까요.”

경주예술의전당 내에 갤러리가 있을 때는 1년 365일 쉬지 않고 전시를 이어갔다. 그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정이었지만, 현장을 묵묵히 지켜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여는 한편, 평소 접하기 어려운 외부 작가들을 직접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운 작가에게는 공간을 무료로 내주거나 기획 초대전으로 지역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적도 여러 번이다.

“해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분들이 와서 전시를 해줘서 감사했죠. 서로 상부상조한 거죠. 사실 공간이 있어도 아무도 안 오면 의미가 없잖아요. 와줘서 감사한 거예요.”

그는 경주에서 카페형 갤러리가 아닌, 순수 전시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일궈왔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원동력은 남다른 책임감이었다.

“다른 작가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작품을 주고받는 게 익숙했는데, 작품이 정당한 값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인식을 라우갤러리가 처음 만들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는 한국화랑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전국 2000여 곳의 갤러리 중 회원은 160여 곳뿐이며, 경주에서는 라우갤러리가 유일하다. 국내 아트페어는 물론 해외까지 다니며 작품을 보고 작가들을 만나왔다. 과거에는 ‘경주를 그리다’ 아트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해 6회까지 이끌기도 했다. “작가의 입장과 고객의 입장,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모아온 소장품들


이번 개관전에는 송 관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해온 소장품들이 걸린다. 김창열, 이건용 같은 국내 현대 미술 작가부터 18세기 프랑스 작품까지 폭이 넓다. 나폴레옹의 군사를 그린 인물화, 바르비종파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모두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발품 팔아 구입해 들여온 것이다. 통관 과정에서의 난관으로 현지 지인의 도움을 빌려 어렵사리 들여온 일화는 그의 소장품 하나하나가 얼마나 치열한 노력 끝에 맺어진 결실인지를 잘 보여준다.

 

“인물화는 그 시대의 의상, 표정, 악기까지 다 담겨 있어요. 풍경화는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면 되지만, 인물화는 그 시대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거든요. 나폴레옹의 군사를 그린 그림에서는 당시 군복의 디테일까지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인물화가 가치가 높은 거예요.”

이건용, 이진우, 김근태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관심을 두고 소장해 온 것은 송 관장만의 안목이다. 최근 경주에도 훌륭한 사설 전시 공간이 늘어나며 수준 높은 전시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관장의 철학으로 묵묵히 쌓아 올린 라우갤러리의 컬렉션은 여전히 독보적인 깊이를 자랑한다. 앞으로는 기획전과 더불어 전속 작가 전시,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이어갈 계획이다. 경주 지역 작가들이 공간이 필요하면 대여도 가능하다.

이번 개관전에는 송 관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해온 소장품들이 걸린다. 오선아 기자확대
이번 개관전에는 송 관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해온 소장품들이 걸린다. 오선아 기자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송 관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를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답이 돌아왔다. 3년째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 청소년 작가 전시이다.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참여한다.

 

첫해에 아이들은 쑥스러워했다. 이런 공간이 낯설고, 자기 그림이 이곳에 걸려도 되는 건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달라졌다. 자기 작품이 걸려 있고, 자기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면서 작가로서의 마음이 싹튼 것이다. “다음 해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게 제일 보람 있었어요.” 새 공간에서도 그 전시는 계속할 생각이다.

송 관장은 이 공간을 전시만을 위한 곳으로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넓은 마당에서는 작은 음악회나 야외 행사도 열 수 있다.

작가로서 오랜 시간 양쪽을 오가며 쌓아온 눈이 있다. 어떤 작가를 주목해야 하는지, 작품을 보는 눈은 어떻게 기르는지, 송 관장은 그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차 한잔 놓고 그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그게 저한테도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렇게 보문에서, 라우갤러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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