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진현동. 신라 시대부터 ‘불국토(佛國土)’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던 토함산 자락, 동해로 넘어가는 고갯길 아래 ‘진티’라 불리던 이 마을에 요즘 유난히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웃음의 진원지는 불국 두산위브아파트 경로당(회장 전영옥).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시인 청마 유치환의 시비(詩碑)가 조용히 흐르는 역사적 풍광 속에서, 이곳 어르신들은 오늘도 해바라기처럼 밝고 건강한 ‘인생의 황금기’를 한 장 한 장 써 내려가고 있다.
진현동은 조선 말엽까지 구정시장이 자리했던 경제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불국사·석굴암을 품은 세계적 관광 명소로 거듭난 유서 깊은 땅이다. 불국 두산위브 경로당 어르신들의 활동이 여느 마을과 차원을 달리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땅의 유구한 정기를 이어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곳은 단순히 어르신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쉼터’가 아니다. 지역의 자부심을 공부하고 스스로 건강을 설계하는, 명실상부한 ‘실버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5 APEC, 우리가 홍보대사”
최근 경로당의 최대 화두는 단연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다. 전영옥 회장을 필두로 한 어르신들은 인지 활동 시간을 통해 APEC의 의미와 참가국 현황, 그리고 국제 정상회의가 경주 발전에 미친 파급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단순한 강의 수강에 그치지 않는다. APEC 퍼즐과 민속놀이 퍼즐을 함께 맞추고, 숨은그림찾기로 집중력을 기르며 인지 능력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한 어르신은 “우리 동네에서 세계적인 회의가 열려서 마음이 설렜다”며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니 경주의 미래도 함께 완성되어 가는 기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지역의 대소사를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경주 시민의 품격’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현관에 피어난 ‘행복 해바라기’
미술 활동 시간이 되면 경로당 안은 온통 노란 물결로 가득 찬다. “집에 해바라기를 두면 복(福)이 들어온다”는 기분 좋은 덕담 한 마디에 어르신들의 손길은 어느새 바빠지기 시작한다.
정성스럽게 해바라기 도안을 색칠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미술 수업을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처럼 진지하고 맑다. 이날의 백미는 습자지를 활용한 입체 표현이었다. 살랑살랑 흩날리는 꽃잎을 표현하기 위해 습자지를 구기고 붙이는 과정을 거치며 소근육을 자극하고 손의 유연성을 되살렸다. 완성된 작품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이건 꼭 우리 집 현관문에 붙여야지!”라고 다짐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성취감이 가득했다.
이들에게 해바라기는 그저 한 장의 그림이 아니다. 내 집과 가족에게 복을 전하고 싶은 따뜻한 소망, 그 자체였다.
노래교실도 마다하게 만드는 ‘행복선생님’표 실버체조
경로당의 열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순간은 단연 ‘실버체조’ 시간이다. 일명 ‘행복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이면 아파트 단지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온몸을 구석구석 두드리면 체온이 1도 상승합니다. 체온이 오르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혈액순환에도 최고지요!”
행복선생님의 활기찬 설명에 맞춰 어르신들은 리듬에 맞게 박수를 치고, 온몸을 고루 두드린다. 미러링(Mirroring) 기법을 활용한 체조 방식은 따라 하기 쉽고 흥겨워 특히 인기가 높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묵은 피로가 씻은 듯 가신다는 후문이다.
이곳에는 특별한 자매 어르신이 있다. 행복선생님이 오는 날이면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경로당으로 향하는 이분들은 “선생님 오는 날은 노래교실도 안 가고 무조건 경로당”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선생님이랑 하는 운동이 제일 시원하고 재밌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어르신들의 칭찬에, 행복선생님의 얼굴에도 어느새 환한 미소가 번진다.
730세대 대단지의 진짜 가치는 ‘사람’
세계문화유산의 정기가 서린 불국사와 석굴암이 듬직하게 뒤를 받치는 진현동. 그 역사적인 풍광 속에서 불국 두산위브 경로당 어르신들은 오늘도 해바라기처럼 밝게 고개를 들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춘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이야기는 단순한 노인 모임의 미담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행복한 고령화 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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