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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품은 ‘포석경로당’…투명 운영·복지 모범으로 ‘주목’

박재우 기자 clmnpjw@hanmail.net 1720호 입력 2026/02/26 10:42 수정 2026/02/26 10:58
우리 경로당이 최고야[21] 포석경로당
민주적 총회·7종 장부 관리로 2018년 모범경로당 선정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생일 기념 파티를 열고 있다. <사진=포석경로당>확대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생일 기념 파티를 열고 있다. <사진=포석경로당>

신라 천년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사적 제1호 포석정이 자리한 경주시 포석로 742-15. 나지막한 기와지붕 아래 약 25평 규모의 한옥 한 채가 고즈넉이 들어서 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 2004년 건립 이래 마을 주민 80% 이상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63명이 삶의 지혜와 정을 나누는 ‘포석경로당’이다. 역사 깊은 고도(古都)의 정취를 배경으로, 이 경로당이 지역 노인 복지의 새로운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공개 원칙 

‘10년의 기록이 신뢰를 만든다’



한성수 포석경로당 회장. <사진=포석경로당>확대
한성수 포석경로당 회장. <사진=포석경로당>
포석경로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질서 정연함이다. 한성수<사진> 경로회장을 중심으로 ‘민주적’, ‘공개적’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운영 원칙이 명확하다.

 

매년 10월 10일 열리는 정기총회는 마을 최대 행사다. 10명의 운영위원이 사전에 한 해 사업과 행사를 세밀히 계획하고, 총회에서 회원들의 동의를 거쳐 확정한다. 결정된 사안은 마을 방송을 통해 즉시 전 회원에게 공유된다. 대부분의 경로당이 관례에 기대어 운영되는 것과 달리, 포석경로당은 계획부터 실행, 공유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눈에 띄는 점은 10년 치에 달하는 촘촘한 기록 문화다. 경로당 일지, 수입·지출 증빙자료, 비품 대장 등 7종의 장부가 빠짐없이 관리되며, 모든 행사의 계획과 결과는 서류화돼 회원 누구나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운영의 투명성이 자연스레 회원들의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내실 있는 운영이 포석경로당이 2018년 경주시 모범경로당으로 선정된 핵심 배경이다.


‘깔끄미’·‘행복선생님’
체감 복지가 현장을 바꾸다


최근 포석경로당에는 한층 활기가 돌고 있다. 경주시와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의 지원으로 배치된 청결 도우미 ‘깔끄미’ 덕분에 경로당은 사계절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게 됐다. 반질반질 닦인 마룻바닥과 정돈된 주방은 회원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여기에 2021년부터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사업으로 운영 중인 ‘경로당 행복선생님’이 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행복선생님은 경주시지회와의 행정 소통을 원활히 지원하고, 치매 예방·건강 체조·취미 활동 등 회원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효과는 회원들의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회원은 “선생님이 오는 날만 기다려진다”며 “경북도와 경주시의 노인 복지 사업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인 행복을 주는 최고의 시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단체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포석경로당>확대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단체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포석경로당>


안전·위생·중식 지원 ‘사람이 먼저’


포석경로당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시설물 전반에 대한 세심한 점검은 오로지 회원의 안전을 향해 있으며, 야외 활동이 많은 봄·가을철에는 운영진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무사고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위생과 정성을 다해 제공하는 중식 지원 역시 이 경로당의 자랑이다. 재료 선별부터 위생 관리까지 꼼꼼히 챙기는 한 끼 식사는 고령의 회원들에게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는 복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그림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포석경로당>확대
포석경로당 회원들이 그림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포석경로당>


노년의 품격이 살아있는 포석경로당


포석경로당은 단순히 어르신들이 쉬어가는 공간이 아니다. 63명의 회원이 서로를 돌보고, 투명한 운영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와 지자체의 복지 시책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용하는 ‘살아있는 복지 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포석경로당이 보여주는 자치와 연대의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석정의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이곳에서,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천년 고도의 품 안에서, 포석경로당은 대한민국 경로당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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