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천북면 동산리에 자리한 천북분회 경로당이 투명한 운영과 화합의 문화로 지역 내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4년간 30명에서 90명까지 성장하며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이곳은 어르신들의 품격 있는 노년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한말 선비가 개척한 유서 깊은 마을
약 280년 전 유한지가 늪 아래쪽에 마을을 개척하며 형성된 동산리는 구한말 최익현 선생이 처음 터를 닦은 유서 깊은 곳이다. 마을 중심에 개울물이 흘러 늪을 이뤘던 지형적 특색 때문에 ‘늪마을’로 불리던 이곳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동산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다. 이처럼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마을의 중심에 천북분회 경로당이 자리하고 있다.
24년 여정, 30명에서 90명으로
2000년 11월 6일 30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천북분회 경로당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초대 최학수 회장을 시작으로 김한수, 최경림, 故 이종대, 최학수, 이원상, 故 최석균, 김재철 회장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경로당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김광택 회장 재임 시절에는 회원 수가 90여 명까지 증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역 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경로당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최해동 회장의 노고를 거쳐 현재는 2024년 취임한 최현준 회장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화합과 품격으로 얻은 ‘모범경로당’
천북분회 경로당의 가장 큰 자랑은 2019년 ‘경주시 모범경로당’ 선정이다. 이는 단순히 시설의 우수성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다. 회원 간 두터운 친목과 단합력, 그리고 잡음 하나 없는 화합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경로당 벽면에 걸린 대한노인회의 슬로건 ‘노년을 어른답게’는 이곳에서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회원들은 젊은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매사에 품격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경로당을 인격 수양의 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행복선생님’이 선사하는 새로운 활력
올해 천북분회에 부임한 배유경 행복선생님은 경로당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어르신들을 친부모처럼 공경하며, 철저한 시간 관념으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어르신들의 손을 맞잡는다.
배 선생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청의 자세다. 어르신들이 한 주간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들어줌으로써 ‘말하는 재미’와 ‘존중받는 기쁨’을 선사한다. 또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모습은 이미 회원들 사이에서 칭송이 자자하다.
최현준 회장은 “경로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요즘, 행복선생님이 딸처럼 살뜻하게 챙겨줘 회원들이 무척 고마워한다”며 “이런 세심한 케어가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한 재정 운영과 민주적 토론 문화
천북분회 경로당은 투명한 재정 운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매년 1월 정기총회를 통해 한 해의 살림살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재정 사항에 대해 회원들이 단 1%의 의구심도 갖지 않도록 철저히 공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마을의 당면 과제나 경로당 운영에 관한 애로사항이 생기면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논의한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합리적인 토론 문화는 천북분회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이러한 민주적 운영 방식은 회원들의 높은 참여도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최영조 사무장, 노인의 날 표창 수상
최근 천북분회에는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다. 최영조 사무장이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장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초 경주시장 표창 대상자로 거론될 만큼 훌륭한 공적을 쌓았으나, 3년 이내 시장 표창 수혜 이력이 있어 지회장 표창을 받게 됐다. 이는 천북분회 운영진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개인의 영예를 넘어 경로당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노년은 인생의 황혼이 아닌 황금기”
농촌 인구 감소로 경로당 회원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최현준 회장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젊은 세대가 도시로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하지만 남아 계신 회원들이 서로 위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천북분회 경로당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곳이다. 이곳 어르신들은 활발한 활동을 통해 노년이 결코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가장 아름답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천북면 동산리에서 피어나는 이 따뜻한 화합의 향기가 지역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고령화 시대를 맞은 다른 경로당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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