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많은 유기동물들이 있습니다. 본지는 연재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를 통해 센터를 떠난 아이들이 입양 이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설, “저 입꼬리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공고번호 2025-00789 강아지 ‘이설’이는 현재 두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보호자인 이바름 씨는 평소 유기동물과 보호센터에 관심이 많았지만 입양에 따르는 책임감 때문에 동생과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고 사진 속 설이의 입꼬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며 “저 입꼬리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설이를 만난 날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남매견들과 함께 있던 설이는 장난을 치기보다 조용히 앉아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씨는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때부터 설이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살아본 설이는 예상과 달랐다. 얌전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활발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한 성격이었다.
그는 “원하는 게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삑삑거리며 의사를 표현한다”며 “그래서 별명이 ‘삑삑이’가 됐다”고 웃었다.
입양 당시 1.9kg에 불과했던 설이는 현재 건강하게 성장했으며,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다.
이 씨는 “설이가 온 뒤 자매들이 거실에 모여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매일 설이 덕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리, “우중충했던 집이 환해졌습니다”
공고번호 2025-00790로 입소했던 강아지 ‘도리’는 현재 가족들의 소중한 반려견이 됐다.
보호자인 도정은 씨는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입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이 식사와 잠만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계셨다”며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 생활에 활력이 생길 것 같아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고 사진에서의 도리는 건강해 보이고 순한 인상이어서 선택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에 걱정도 있었지만 곧 장난기 많은 모습을 드러냈다.
도 씨는 “3일째 되던 날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짖는 모습을 보고 ‘벙어리가 아니었네’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도리는 사람과 다른 강아지의 신호를 잘 읽는 순한 성격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가족들의 일상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예전보다 덜 주무시고 도리를 챙기며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며 “우중충했던 집안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힘들어 울고 있을 때 말없이 곁에서 위로해 주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타비, “자꾸 눈이 가던 아이였습니다”
공고번호 2025-00791로 센터에 들어왔던 강아지 ‘타비’는 원래 키우던 다른 반려견 ‘포도’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름은 경주의 상징인 ‘탑’에서 따왔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여정 씨는 경주에서 만난 인연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타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포도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두 번째 입양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입양 공고를 살펴보던 중 귀가 축 처진 물개 같은 모습의 아이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며 “스크롤을 내렸다가도 다시 올라와 보게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별한 계기보다는 자꾸 눈길이 가는 아이였다고 한다.
함께 살아본 타비는 포도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반려견이었다.
최 씨는 “에너지는 넘치는데 겁도 많고, 말도 많고, 요구도 많은 성격”이라며 “마치 어린아이를 키우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웃었다.
처음에는 바깥세상을 무서워했지만 점차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산책만 나가도 겁을 먹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씩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며 “포도와 장난치고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입양가족들은 입을 모아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또 “입양은 순간의 감정보다 오랜 책임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며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지만, 가족이 된 이후에는 생각보다 더 큰 행복과 위로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소의 아이들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함께할 소중한 가족이 될 수 있다”며 “입양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교감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때 공고번호로 불리던 아이들은 이제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됐다.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은 오늘도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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