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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기획특집 2026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

“운명처럼 찾아온 인연, 함께 지내며 가족이 됐습니다”

김은경 기자 gjnews_official@naver.com 1744호 입력 2026/08/27 09:53 수정 2026/08/27 10:00
공고번호에서 가족으로 [6]
구마·단지·활기찬이 전하는 함께 성장하는 입양 이야기

공고번호로 불리던 구마와 단지, 활기찬은 이제 각자의 가족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서 시작된 인연은 서로를 기다리던 가족을 만나 더 큰 행복으로 이어졌다. 입양가족들에게 함께 살아가며 달라진 일상과 유기동물 입양의 의미를 들어봤다.

 

구마 입양공고모습(왼)과 보호자 유재원 씨와 구마의 현재 모습. <이미지=김은경 기자>확대
구마 입양공고모습(왼)과 보호자 유재원 씨와 구마의 현재 모습. <이미지=김은경 기자>
공고번호 경북-경주-2024-1029였던 ‘구마’는 현재 울산에 거주하는 유재원 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 씨는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군 복무와 바쁜 일상 때문에 미뤄왔다. 충분한 고민 끝에 유기동물 입양을 결심했고, 인터넷을 통해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를 알게 돼 구마를 만났다.

처음 만난 구마는 다른 강아지들이 짖으며 뛰어다닐 때 혼자 뒤에서 조용히 꼬리만 흔들고 있었다. 유 씨는 그 눈빛을 본 순간 “무조건 구마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바로 가족으로 맞이했다.

함께 살아본 구마는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사람을 잘 따르고 짖는 일도 거의 없는 착한 성격이었다. 보호자의 신발을 좋아해 다 물어뜯은 일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웃으며 떠올릴 만큼 소중한 추억이 됐다.

입양 당시에는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구마가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점차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변했다. 유 씨는 밝아진 구마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됐다.

유재원 씨는 “일할 때도 늘 함께 다니고 같이 먹고 자다 보니 최근 2년이 가장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구마와 함께 쭉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의 입양공고모습(왼)과 현재 모습(오). <이미지=김은경 기자>확대
단지의 입양공고모습(왼)과 현재 모습. <이미지=김은경 기자>
공고번호 경북-경주-2024-0952였던 ‘단지’는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조민지 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조 씨는 지인이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하게 되면서 함께 센터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고민 끝에 한 아이의 평생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고, 이후 공고 중인 아이들의 사진을 찾아보다 단지를 만났다. 공고 사진 속 단지의 순한 눈빛이 계속 마음에 남았고, 센터에 입양 의사를 밝힌 뒤 당시 거주하던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경주를 찾아 단지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조 씨는 “공고 사진 속의 단지와 마치 화면을 넘어 눈이 딱 마주친 느낌이었다”며 “완전 콩깍지가 씌어버린 언니였다”고 말했다.

함께 살아본 단지는 이름처럼 소중한 보물이었다. 누구를 만나도 순한 인상을 주는 ‘안정형 강아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세모눈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까탈스러움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조 씨는 “단지가 제 삶에 찾아온 뒤 하루하루가 훨씬 다채로워졌다”며 “단지 덕분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여행도, 대화도 웃음도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단지를 잘 키워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단지와 함께 살아가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활기찬의 입양공고모습(왼)과 현재 모습(왼쪽 강아지). <이미지=김은경 기자>확대
활기찬의 입양공고모습(왼)과 현재 모습(왼쪽 강아지). <이미지=김은경 기자>
공고번호 경북-경주-2024-00824였던 ‘활기찬’은 현재 건천읍에 거주하는 이승원 씨 가족과 첫째 반려견 ‘활성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씨는 두번째 반려견을 맞이하기로 결심한 뒤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 홈페이지에서 기찬이를 발견했다. 센터를 찾아 실물을 보고 돌아온 그날 밤, 이 씨와 여자친구가 동시에 기찬이가 나오는 꿈을 꾸면서 운명 같은 인연을 확신했다.

이틀 동안 입양 준비를 마친 뒤 다시 센터를 찾아 기찬이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기찬이는 얌전하고 차분했던 첫 모습과 달리, 지금은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자랐다. 산책 중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려 하고, 고양이에게 다가갔다가 몇 대 맞고도 여전히 고양이만 보면 다가가려는 모습에 가족들은 웃음을 짓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째 반려견 성탄이와의 첫 만남이다. 센터에서는 혹시 모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주일 정도 격리해 지내도록 안내했지만, 두 아이는 서로 울타리 앞을 떠나지 않았다. 기찬이는 첫째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울타리에 머리를 넣다가 끼여 움직이지도 못한 채 울기도 했다. 결국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합사를 했고,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이 씨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늘 새로운 일이 생기는 일상으로 바뀌었다”며 “주말이나 휴가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의 새로운 즐거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책임감이 무엇인지 많이 배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입양가족들은 유기동물 입양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한 생명의 평생을 함께하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사랑할 마음이 있을 때 입양해야 한다”며 “준비된 책임감으로 시작한 인연은 결국 서로를 성장시키는 가장 소중한 가족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별하거나 거창한 준비보다 반려견과 일상을 나누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기대 이상으로 다정하고 따뜻한 일상을 선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던 구마와 단지, 활기찬은 이제 보호자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됐다. 세 반려견의 이야기는 한 번의 따뜻한 선택이 서로의 삶을 바꾸고, 함께 성장하는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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