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천을 넘고, 해외 주식 투자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주식시장 이야기가 주된 소재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뿐인가? 미국 대형 증권사에서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이런 현상의 주요인으로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도래와 반도체산업의 슈퍼사이클 진입이었다. 조선업과 방산이 작년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올해는 반도체가 상승기류에 합류하면서 코스피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시계를 잠깐만 돌려보자.
작년에 계엄이 선포되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대한민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실제보다 한국의 주가 가치를 낮게 책정하는 것, 그 원인으로는 분단 현실, 재벌 구조, 노동시장 경색 등)의 현실이 당연함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외 신용도는 급락했고, 급등하던 조선주의 상승도 충격을 받았었다.
계엄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해제되었고, 정국은 안정되었다. 그러나 국제 시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조선업의 호황이 이어졌음에도 시장은 경계했다. 고부가가치의 조선업 기술로 업계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는 중국과 보호무역주의로 시장의 전환 등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도체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슈퍼 호황이 도래함을 예측했지만, TSMC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 돌아올 치킨게임을 준비해야 한다. 제자리걸음은 곧 퇴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본 사례처럼 반도체 업계는 초극강의 경쟁시장이다. 기술 경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 경쟁도 붙는다. 삼성전자가 일본의 반도체 회사를 넘어섰던 이유가 바로 자본 경쟁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에서 미래 수익을 예측하고 적자를 보면서도 팔아야 했던 그 시절, 치킨게임의 시대를 무사히 넘겼기에 지금의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삼성 휴대폰이 삼성반도체를 먹여 살리던 시대다). 반면에 일본의 반도체 기업은 무너졌다. 반도체 설계 회사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고, 생산은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삼성전자도 반도체 설계를 하지만, 아직은 미국 설계기업과 비교 불가 수준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을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엄청난 인력과 자본의 힘으로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먹었듯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업계를 집어삼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인재들이 나가고, 기술 유출이 발생했다.
슈퍼사이클은 왔다. 거기에 AI로 인한 폭발수요까지 겹치면서 고대역 반도체에서 메모리 반도체까지 모든 반도체가 최고의 흐름을 탔다. 그동안의 설움의 시간을 보상하듯(반도체와 조선업계는 경기사이클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역대급 이익으로 보답했다. 올해의 코스피는 반도체 업계가 추친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와 단순히 비교하며 대한민국 뉴스를 장식한다. 노조원들이 공유하는 곳에서 파업 시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조원은 해고 명단 1위에 올린다는 둥, 더 나아가 코스피 5천 안착 환영, 회사 망하게 하자는, 상식을 넘어선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반도체산업은 치킨게임 시기가 언제나 반복되는 업계다. 계절 장사처럼 한때 번 수입으로 일 년을 버터야 하는 것처럼 슈퍼사이클 때 번 돈을 흥청망청 썼다가는 다음 치킨게임 시기가 도래했을 때 무너진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다르다.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에서 미국 수출 1위 점유율을 이뤘을 때, 당시 이건희 회장은 미국 마트를 찾았다. 삼성전자 제품이 제일 구석에 저가형 상품으로 진열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고, 그때 그 유명한 말이 나왔다.
“마누라 말고 다 바꿔라.”
그리고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산업을 시작했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경영자는 코앞이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며 뚝심 있게 나아갔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엄청난 돈이 매년 들어갔다. 삼성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때, 반도체는 치킨 게임 중이었다. 삼성휴대폰이 삼성반도체를 먹여 살렸다. 그 이전에는 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의 씨앗을 뿌렸고 물을 주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아주망의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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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아주망 고람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