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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에게 파란색은...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20호 입력 2026/02/26 09:57 수정 2026/02/26 10:05

 


박성철 교수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확대
박성철 교수동국대 파라미타 칼리지

“시각 장애인에게 파란색을 설명해 보세요.”


이는 채용 면접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지원자는 고객과 얼마나 소통하고 공감하는지,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 얼마나 창의성을 발휘하는지, 또한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얼마나 쉽게 설명하는지 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늠한다. 정답은 없지만 답을 도출해 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도 다양한 불만과 요구를 가진 고객들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부서에 요구되는 인재들을 이런 식으로 뽑는다고 한다.

우리의 눈이나 말초 신경은 손상되면 망막에 초점이 제대로 맺히질 않는다. 근/원시, 난시, 백내장 등이 시각 정보 처리가 어려운 경우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시각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중추성 시각 장애의 경우다. 뇌가 처리하는 정보 중 약 80%가 시각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시각 장애는 어느 감각보다 학습이나 사회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시각 장애인들에게 색깔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답(right answer)은 없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나 태도 등 접근법에서 근사한 답(good answer)을 얻을 순 있다. 유튜브에는 아이들이 시각 장애우에게 색깔을 설명하는 영상이 제법 있다. ‘박쥐처럼 깜깜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1급 장애인 형에게 초등학교 아이들은 파란색을 ‘물’이라고 했다. 감이 잘 안 오는 형은 “그럼 파란색을 소리로 표현해 줄래?”라고 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괴상한(?) 소리를 지른다. 뱃고동 소리는 아니었다. 이어 빨간색은 또 어떤지 묻자 한 여자애가 “빨강은 불(fire)이기도 하고 미친 것(madness) 같아요. 뭔가 펑 하고 터지는 느낌이에요” 하자 그는 비로소 알겠다는 듯 활짝 웃는다.

영상을 보면 일반인의 일방적 설명보다는 장애인의 경험에서 시작된 대화가 영리한 접근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초반 애들의 끊이지 않는 재잘거림은 시각을 기본으로 한, 어쩌면 일방적인 독백이었다. 그러다가 촉각이나 청각도 좋은 매개체란 걸 애들은 눈치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장애는 개인의 특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일반화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 또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때때로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권리도 당연히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알아듣게 설명할 줄 알게 된 아이들은 그 태도 속에 상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좀 다른 이야긴데,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지 확인도 없이 무작정 돕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다. 가령 시각 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려 할 때 동의도 없이 팔을 잡아끌면 안 된다. 먼저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게 순서다.

이상의 색깔 질문은 먼저 상대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공감과 존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용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왜소증으로 달리기에 늘 꼴등을 하는 친구 손을 잡고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일이 있었다. “내 친구가 우리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은 중학교 가기 전에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벌인 일이란다. 참 감사한 일이다.

끝으로 기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워크숍을 마치고 회사 사람들과 KTX를 탔는데 뒷자리의 할아버지가 쉬지 않고 내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저기 코스모스 핀 것 좀 봐, 당신 스무 살 때 입은 치마 같네”, “이야, 저기 저 과수원 사과는 50년 전 고백할 때 내 얼굴이 저랬는데...” 결국 좀 조용히 해주십사 하는 부탁의 메모지를 전달하고서야 피곤한 눈을 붙일 수 있었다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화장실엘 간다고 일어섰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 시끄럽던 할아버지 옆에는 검은색 선글라스와 흰색 지팡이(맹인들이 들고 다니는)를 쥔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두 분은 한 시간이 넘게 침묵한 채로 둘이 손만 꼭 잡고 말이다.

눈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아깐 죄송했습니다” 하셨고. 순간 코끝이 찡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회사 동료가 “할아버지, 제 쪽은 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쪽 풍경 좀 더 설명해 주세요. 아까는 재밌었는데...”하며 얼른 분위기를 바꾸더란다. 할아버지는 “그래도 될까요?” 하시며 다시금 바깥 풍경을 묘사하셨다. 가만히 듣던 할머니는 입가엔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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