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를 위로 올리는, 말 그대로 엄지척 동작은 단순해 보여도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일단 사람 손에는 모두 27개의 뼈가 있는데, 손가락 마디마디에 14개, 손바닥과 손목을 이어주는 부분에 8개, 그리고 손바닥에 5개의 뼈가 있다. 뼈로 손의 형태를 구성했으니 이제 움직이려면 관절이 필요하다. 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폈다 오므려 보면 뼈마디마다 붙어있는 관절의 역할이 눈에 띈다.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각각 3개씩의 관절이, 엄지에는 2개의 관절이 있다. 여기에다 손목 관절을 더해보면 20개 이상의 관절이 필요하다.
자, 뼈와 관절을 갖췄으니 이제 자유롭게 움직여볼 차례다. 손이나 손목을 굽히고 펴고 벌리고 모으며 또 회전한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25~30개 정도의 손 운동 자유도(DOF)를 가진다. 현란할 정도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손은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의 섬세함과 유려함을 뽐낸다. 일론 머스크도 올 연말까지 휴머노이드형 로봇 5,000대를 생산하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손 문제로 생산에 제동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엇보다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로봇 손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관절을 대체할 모터를 달아야 한다. 우리처럼 젓가락질이라도 하려면 적어도 14개의 모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가령 3번 모터와 11번 모터 등 독립 제어가 가능한 모터로 말이다. 이는 현재 로봇공학 수준으로 볼 때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에너지·공간·제어 및 복잡도 등등 고려해야 할 이슈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현재 기술로 볼 때 (손가락을) 굽히고, 펴고, (엄지를) 벌리고, 모으고, (손목을) 굽히고, 펴고, 좌우로 기울고, 돌리는 등 7가지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우리로서는 “에게? 겨우?” 하고 콧방귀를 뀌겠지만 기술 현장에서 이 정도의 움직임도 매우 발전된 수준이라고.
잠시 엄지로 검지와 중지 등 다른 손가락 끝을 가볍게 터치해 보라. 우리에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이걸 엄지 대립(Thumb Opposition)이라고 하는데, 이 동작이 인간의 핵심 능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로봇 손이 물건을 집을 때 그 크기나 무게에 따라 폭을 조절하려면 이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의 조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우리 손은 뭔가를 쥐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다. 손을 감싸고 있는 피부 도움으로 손은 탁월한 감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손등, 손목, 손가락 끝 등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힘도 우리에겐 낯설지 않다. 따뜻한 정도의 온기에서 부드럽고 까끌까끌한 질감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손은 절대 녹록지 않다. 로봇공학에서는 아직 이 정도 수준의 센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복잡한 관절을 실시간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제어(computation)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물리적 충돌과 마찰, 접촉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그 계산량을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집게 형태의 손을 선택하는 휴머노이드 업체들도 있지만 적절한 방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정한 기술 완성은 인간처럼 자유로운 손의 움직임과 그 기능적 아름다움으로 증명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봇에게 ‘엄지척’은 프로그래밍된 각도의 조합 정도겠지만 우리와는 다르다. 초등학생이 처음으로 삐뚤빼뚤 본인 이름을 써왔을 때, 감옥 같던 병상에서 드디어 웃는 얼굴로 퇴원할 때, 멀게만 느껴지던 수영장 반대편 벽에 손이 닿았을 때 우리는 엄지척을 들어 올린다. 역사적으로도 머리가 아닌 손으로 최초의 도구를 만들었고, 불을 피웠으며 벽화를 그렸다. 그 손과 손으로 도시를 세우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올렸다. 우리는 손으로 문명을 키워온 것이다. 라틴어 손(manus)에서 만들고(manual) 드러내는(manifest) 것으로 확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만히 엄지척을 해본다. 내 마음도 덩달아 뿌듯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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