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큰 요인 중 하나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남과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다.
자녀 양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벽해야만, 최소한 모자람은 없어야만 성공한 인생으로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단 하나의 영역이라도 부족하면 실패자, 실패한 인생으로 규정짓게 된다. 그러한 문화적 풍토가 높은 자살률과 큰 연관이 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 삶의 자세를 스스로 선택하는 힘, 회복탄력성
내 삶의 자세를 스스로 선택하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적 가치이며, 이 힘이 있는 사람들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을까? 우선 내 감정과 ‘나’라는 존재 자체를 동일시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평소 생활에서부터 행복과 즐거움이 삶의 목적이라는 미성숙함에서 벗어나, 더 높은 정신적 경지를 목표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삶은 오직 기분좋은 감정과 쾌락만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수준 낮은 동물적 경험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과 역경을 겪어내며 내면이 성숙해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온갖 괴로움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적 삶의 진정한 본질이다.
고통은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기보다는, 삶의 목표와 책임을 향해 고통을 견디며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와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입시, 취업, 사업 등 삶의 중요한 단계에서 겪는 실패를 삶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불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인의 무능력과 나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실패를 겪은 사람들의 극심한 좌절과 절망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패와 그로 인한 고통은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사업 실패자, 구직 실패자들이 재도전할 용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를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삶의 필연적인 고통과 불만족을 인정하자
많은 사람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높은 문턱으로 인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보험 가입 등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삶의 필연적 고통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적 분위기가 강할수록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쉽게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참혹한 내전이 벌어지고, 기근과 테러가 난무하여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사람들이 비명에 죽어나가는 사회에는 역설적으로 자살이란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살률은 대체로 치안이 좋고 안전하며 기근이 없어 생존 그 자체에는 위협이 없는 사회에서 도리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일상적 생존에 위협이 생길수록 사람들은 삶의 불완전함을 강제로라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오히려 삶의 불완전함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성숙함이라는 문화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질적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외적 가치 대신, 가정과 사회에 대한 소박한 책임감과 연대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적 분위기를 공동체 구성원들이 조성해나가야 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쾌락만이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으며, 삶의 소박한 순간들에 감사하며 최대한 빨리 독립하여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며 부모와 공동체에 보답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자살률 감소는 단순히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패가 삶의 필연적 경험임을 문화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삶의 불완전함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루어져야 한다.
글 :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김민후 연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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