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5~16일 경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8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 전국 결선에는 전국 16개 시·도 예선을 거친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뤘다. 이터널 리턴, 브롤스타즈, FC 온라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5개 종목에서 열띤 경기가 펼쳐졌고, 오는 21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2026 전국장애인 e스포츠대회’가 이어진다. 열흘가량 e스포츠 열기가 경주를 채우는 셈이다.
이 같은 대회 유치는 반가운 일이다. e스포츠는 더 이상 특정 세대만의 취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텁고, 시장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관련 움직임을 보면, 이 산업이 갖는 무게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대회를 일회성 행사로만 소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낙영 시장은 “역사문화도시의 강점에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기반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실현되려면, 대회를 치르는 것을 넘어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하나씩 갖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공간 문제다. 매번 체육관을 임시로 빌려 대회를 치르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신축을 추진 중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장 전용 경기장을 짓기는 어렵더라도, 상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둘째는 담당 조직의 문제다. 행사 때마다 외부 기관에 기대는 구조로는 경험이 축적되기 어렵다. 경주시 나름의 진흥 계획을 세우고, 이를 챙길 수 있는 작은 전담 창구라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인력을 키우는 일도 함께 고민해볼 만하다.
셋째는 지역 자원과의 연결이다. 경주가 가진 역사문화 자산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하면, 다른 지역과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 거창한 투자가 아니어도, 작은 연구와 시도들을 꾸준히 쌓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경주시에 좋은 경험이자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열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뭔가 남으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큰 그림보다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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