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5 경주도자기축제’가 지난 27일,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축제는 ‘커피 앤 티(Coffee & Tea)’를 주제로 전통 도자기와 현대인의 일상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한층 새로워진 모습을 선보였다.
도자기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일상과 함께해온 삶의 그릇이다. 이번 축제는 그 전통적 가치를 현대 생활문화와 접목시키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도자기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재조명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는 대형산불과 사회적 변화 등 외부 여건의 영향을 받아 관람객 수가 예년 대비 크게 증가하지는 못했지만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은 커피 드립 체험, 전통차 시음 등 생활과 밀착된 다양한 체험을 통해 도자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
구매 고객층은 여전히 충성도를 유지하며 전체 매출 역시 예년 수준을 지켰다.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은 앞으로 도자기 문화 확산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대를 잇는 체험, 어린이·가족 도자기 만들기
축제는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자리를 마련했다.
‘제23회 경주도자기축제 어린이 도자기만들기대회’는 ‘신라 토우 만들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토우는 흙으로 빚어 만든 작은 인형으로 과거 신라인들의 삶과 바람을 담았던 예술품이다.
참가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동물과 사람 형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도자기라는 전통 소재와 창의성을 하나로 엮어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 속에 참가 인원은 선착순 30명에서 45명으로 확대됐고, 최우수상 1명, 우수상 1명, 장려상 3명, 창의력상 5명 등 총 10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입상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도 참여 작가들이 제작한 머그컵을 증정해, 축제의 의미를 모두와 함께 나눴다. 또한 가족 단위로 함께하는 ‘가족 도자기만들기대회’도 별도로 마련돼 부모와 자녀가 함께 흙을 빚으며 소통과 공동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자기와 함께한 새로운 세대의 만남
박현수 경주도자기협회 회장은 “도자기가 오늘날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화적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실용성과 감성, 그리고 고유한 스토리를 품은 작품”이라며 “앞으로는 커피와 차를 넘어 다양한 생활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획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회장직을 마무리하는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축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의 협력 덕분”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젊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경주도자기축제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