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석정(우물) 앞 안내판에 적힌 ‘머리 없는 불상’ 출토지가 실제 위치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같은 경내지만, 다른 우물에서 나온 유물로 밝혀지면서 설명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이 우물에는 조선 시대에 분황사에 있던 모든 돌부처의 목을 잘라 이곳에 넣었다는 아픈 이야기가 전한다’고 기록돼 있는 안내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분황사, 그러나 다른 우물
1967년 발굴조사 및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석불이 출토된 곳은 분황사 북쪽 담장 바깥 강당지 인근의 또 다른 우물터로 기록돼있다.
이에 따라 안내문이 놓인 석정은 불상이 출토된 장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SNS 게시글을 통해 공론화됐다. 해당 글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경주문화유산연구원이 발행한 ‘분황사 발굴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현재 안내문의 문장이 출토지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시글을 본 제보자는 과거 촬영해 둔 안내문 사진을 확인하면 “교체 전에는 없던 문장이 최근 삽입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문화유산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완성된다”며 “보다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즉각적인 수정은 어렵지만, 향후 안내 정비 시 발굴 보고서 등 고고학적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2개의 석정이 모두 분황사 경내에 있어 일반 관람객에게는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이날 분황사를 찾은 관람객들은 안내문 앞 석정이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머리 없는 부처’의 출토지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출토지의 혼동은 단순한 위치 착오가 아니다. 설명이 잘못되면 보는 이가 떠올리는 장면도, 유물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관련 당국의 빠른 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