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태종로에 위치한 지지호텔이 유기묘 보호를 계기로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GG와 함께하는 박영미·정자빈 콜라보 전시회’가 오는 5월 1일부터 17일까지 호텔 로비에서 열리는 것.
이번 전시는 지난해 2월 호텔 화단에서 발견된 한 마리 길고양이 ‘지지’로부터 시작됐다. 다리 골절과 타박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지지를 구조한 직원들은 자비로 치료를 이어갔다. 이후 지지는 호텔 로비에 머물며 투숙객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지지호텔의 고양이’로 불리며 SNS와 구글 리뷰에도 자주 언급되는 마스코트가 됐다.
호텔 측은 이 특별한 동거를 기업 차원의 문화적 메시지로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전시의 주인공은 지지와 같은 고양이를 모티프로 삼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단순히 애묘 취향 전시가 아니다. 유기동물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완화하고, ‘동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환기하는 공공적 메시지를 지닌 기획인 것이다.
지지호텔은 특히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높은 시설로, 2025년 APEC 경주 회의 시기 외신기자단 숙소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유기묘 인식 개선과 공존의 메시지를 담은 소규모 전시다. 호텔의 공간을 시민과 공유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문화와 복지의 교차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면서 “고양이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가능성이다. 경주엔 길고양이가 많다는 인식을 가진 관광객도 꽤 있다. 이 전시가 그런 시선을 완화시키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에 따라 향후 지역 작가와 협업한 제2, 제3의 공존 전시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30점의 고양이 그림, 호텔 공간 곳곳에 펼쳐지다
이번 전시는 고양이 작가 박영미, 정자빈 작가의 참여로 완성됐다.
작가들은 각각 15점씩 총 30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익숙한 고양이의 모습부터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까지, 그림은 감상자에게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박영미의 대표작 ‘초록이 좋아5’는 풀숲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를 통해 자연과 존재의 사색을 유도한다.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시선, 묘한 긴장감 속에서도 조화로운 풍경은 회복과 연결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자빈의 ‘Blossom’은 금사와 혼합재료로 이루어진 섬세한 작업이다. 노란 꽃들 사이로 파란 새와 하얀 고양이가 어울려 있는 장면은 마치 ‘이상적인 공존’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특히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꽃무늬 고양이 실루엣 시리즈는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적 매력을 지닌다.
두 작가 모두 고양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되, 회화와 섬유조형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각각의 고양이는 인간의 내면, 혹은 관계의 은유로 해석되며, 관람자는 작품 속에서 ‘타자와의 거리’를 스스로 되짚어보게 될 것이다.
박영미 작가는 김해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회화 작가로, 2023년 김해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아트페어 50여회에 참가한 바 있다. 정자빈 작가는 섬유미술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고양이 오브제 작업을 선보이며, BAMA와 퀸아트페어 등 국내 유수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