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결혼하기 전까지 제주도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았다. 가수 혜은이의 <감수광>으로만 인식되던 제주어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폭삭 속았수다>를 통해 외계어처럼 들리는 제주어를 대중들에게 많이 전파했다. 제주어는 많이 사라졌고, 지금도 계속 사라지고 있다. 20대 시절 타지역 공항에서 어린 친구들이 그 지역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아줌마는 기억한다. 왜냐하면 제주 어린이들은 제주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줌마가 국민학교(당시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투리를 쓰면 손바닥을 맞았다. 그러니 학교에서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매를 맞는다는 것이었기에 표준어가 생활화되었다. 아주 친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평소에 표준어를 쓴다. 그래야 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지역 사람들과 만나면 아줌마의 출신 알아맞히기가 곧잘 친목 도모용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결국 제주어는 많이 사라졌다. 제주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제주에서 하지 않았다. 일제 치하 일본으로 이주한 제주도 출신들을 찾아가서 고유의 제주어를 연구했다고 하면 알만하지 않은가? 뒤늦게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것은 유지하는 것의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젊은 친구들이 쓰는 제주어는 아줌마가 느끼기에는 아주 희미하다. 아줌마도 친구들을 만날 때면 제주어를 쓰지만, 시골 어르신들 수준으로 쓸 수는 없다. 어렵지 않게 알아듣는 정도다. 아무래도 어릴 적 할머니와 어르신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이것이 과연 제주도만의 문제일까? 언어만으로 국한한다면 타지역은 제주도보다 사정이 덜한 것 같다. 하지만 문화로 확장한다면 어떨까? 아줌마가 사는 곳은 경주다. 속된 말로 땅만 파면 유적이 나오는 곳이다. 500년 조선보다 더 긴 천 년을 유지한, 천년 고도, 신라의 역사를 품은 도시다. 교과서에 나오는 현존하는 유적과 보물들이 이만큼 많은 곳이 어디 있을까? 경주 박물관을 가봤는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갔을 때 그 충격이란! 단 몇 시간에 다 볼 수 없다. 나름 좀 안다고 자부했지만, 아줌마의 배경지식은 방대한 유산 앞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날씨가 안 좋아서 야외 활동이 어려운 계절이 오면 아이들과 박물관을 가곤 했다. 뭣 모르는 아이였을 때는 조용히 산책하며 분위기를 익히게 했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글을 떼면서는 문화재를 하나만 기억하자는 의도로 가곤 했다. 그렇게 아이도 아줌마도 나날이 알아가고 있다. 그럼 우리 동네는 어떤가? 천년 고도의 경주 뒷(?) 동네 안강이 아줌마가 사는 동네다. 우리 세 아이가 태어난 동네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 내에 있는 학교다. 양동마을은 조선 시대 양반가 마을이 현재까지 후손이 그대로 살면서 유지되는 집성촌이다. 옥산서원은 흥성대원군의 서원 철폐 속에서도 유지 존속하라는 몇 안 되는 서원이다. 아이들과 여름이면 옥산서원에서 제공하는 떡과 차를 마시며 그 시절 양반들의 운치를 흉내내보기도 했다. 견디기 힘든 무더움이 찾아들면 아이들과 독랑당 계곡에 발 담그며 놀았다. 우리가 놀았던 그곳들은 잘 보존된 덕에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들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잘 모른다. 우리 지역 문화를 우리가 알지 못하면 잊힌다. 그리고 사라진다. 우리 지역 문화를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자랑스런 지역 문화를 알려야 한다. 세계가 연결된 인터넷 세상은, 대한민국의 땅 크기, 인구, 경제 규모와 상관없이 알릴 수 있는 시대다. 태교부터 남다른 교육 열정, 세계 최고의 과학적인 언어 한글은 극적인 문맹률을 만들었다. 이제 이런 이점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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