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 일대, 웅장한 고분들 사이로 현대적인 건물 하나가 시선을 끈다. 2023년 6월 개관한 신라고분정보센터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신라인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고분의 역사를 현대 기술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고분과 21세기 첨단 기술이 만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신라고분정보센터. 현대 시간 속 신라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로 재현된 신라의 역사
신라고분정보센터는 연면적 576㎡,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상징적인 영상을 통해 센터의 건립 취지와 전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금관총에서 출토된 국보 제87호 금관의 정교한 복제품과 이사지왕도, 사로국 시대의 탑동·칠초동검 복제유물들이다.
“실제로 신라 고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날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관람객은 신라 고분의 구조를 배우는 과정이 매우 유익했다고 전했다.
센터의 핵심 시설은 단연 디지털 실감영상실이다. 길이 36m, 높이 4m에 달하는 파노라마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영상은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4면을 둘러싼 스크린에서는 ‘신라고분 1천년’, 신라인의 삶과 죽음, 천마총 발굴 50주년, 하늘에서 본 고분 등 네 편의 실감영상이 상영된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신라시대로 들어간 것 같다는 방문객. 특히 ‘천마총 발굴 50주년’ 영상은 1973년 역사적인 천마총 발굴에 직접 참여한 연구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이 확장본 영상(30분)은 2시간마다 1편씩 별도로 상영된다.
직접 체험하는 신라의 문화
신라고분정보센터는 관람과 함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고분출토 유물문양 체험에서는 신라고분의 각 시기별 대표 유물의 문양을 터치하면 관련 아트 영상이 연동되어 연출된다. 또한 바코드 엽서로 해당 고분의 정보를 직접 조작해 확인할 수 있는 ‘신라 고분 엽서체험’도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특별하게 구성됐다. 신라고분조형물 내부에는 각 고분 모형을 직접 조립해볼 수 있는 어린이 유아놀이방이 설치돼 있으며, 외부에는 신라고분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터치패드가 비치돼 있다.
아이들이 놀면서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한 방문객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센터 내에서 가장 독특한 체험은 ‘금관 디자인하기’다. 방문객들은 자신만의 성향에 맞게 금관을 디자인하고 이름을 적어 벽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한 금관은 방문 기념으로 남길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돌무지 덧널무덤 맵핑 체험영상을 통해 금관총의 축조과정과 장례모습이 생생하게 연출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대별로 변화하는 신라의 고분 문화
신라고분정보센터에서는 삼국시대 한국의 고분들과 사로국 시기부터 통일신라시기까지 신라고분의 시대별 양식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마립간 시기의 고분들은 신라 왕권의 강화와 함께 그 규모가 커지고 부장품도 화려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신라 고분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신라고분정보센터는 대릉원과 금관총, 봉황대 등을 한 곳에서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실제 고분을 먼저 둘러본 후 정보센터로 이동해 상세한 입체 영상과 해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돔 안에 보존된 천년의 유적, 금관총
신라고분정보센터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금관총 보존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나선형의 돔 구조물로 덮인 이 시설은 천마총 공개시설(1976년 개관) 이후 46년 만에 경주에서 두 번째로 고분 내부 관람이 가능한 공간이다.
금관총은 1921년 경주의 한 민가에서 금관이 최초로 발견돼 금관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학자들에 의해 조사된 금관총유물은 해방 후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됐다. 2015년 재발굴조사를 통해 마립간시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며, 신라의 정치구조와 사회 성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돌무지 덧널무덤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2018년 금관총 축조과정과 구조, 규모 등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금관총 보호시설 건립을 결정, 천마총처럼 무덤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보존전시공간인 금관총과 역사문화공간인 신라고분정보센터를 개관한 것이다.
금관총 보존전시관은 신라 돌무지 덧널무덤의 모양새를 본떠 나선형의 돔구조물을 덧씌워 만들었으며, 금관총 유적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무덤의 축조를 실제크기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적석부 돌무지의 목조가구 구조물과 무덤 주인공이 누운 목관, 부장품 상자 등이 놓인 목곽부의 덧널 구조물들을 일부 재현하고, 부수적인 전시 설명을 통해 웅장하고 찬란했던 고대 신라 고분문화와 마립간시대의 문화유산을 보여주고 있다.[관람정보] 관람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경주시민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