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여 경주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APEC 2025 정상회의 유치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경주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5경주 APEC 정상회의가 6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 7일 외교부 2차관과 경상북도 APEC 준비지원단장 등이 참석한 국회 2025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위원회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주로 회의장 등 각종 인프라 공사 지연, 항공 수송 대책 부실, 정상 숙소 미확보, 주요국 정상 참석 여부 불확실성 등 전반적인 준비과정에 대한 문제였다. 그중에서 정상 회의장으로 예정된 화백컨벤션센터 리모델링과 미디어센터 건립은 9월 말, 국립경주박물관에 조성하는 정상 만찬장은 6월에 착공하여 10월 준공을 목표로 정하고 있어, 10월 말부터 시작하는 정상회의에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나 외교부 2차관, 경북도 지원단장 모두 2025경주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면서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과정에서 APEC 정상회는 계엄령과 대통령 파면으로 실추된 국가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2025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관세전쟁을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장국이 전 세계가 관세전쟁으로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소통과 타협의 장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더구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21개 국가에는 관세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가 가입되어 있어, 이번 정상회의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여지가 크다. 만일 이들 국가 정상이 참석한다면 경주에서 개최되는 회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행사가 될 것이다. APEC 회원 국가 모두가 참석하여 무역장벽을 허물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계기가 된다면 가장 성공한 회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겪고 있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경주가 지닌 역사와 문화유산을 재해석하여 APEC 정상회의에 의미를 부여해보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사례로 화백회의(和白會議)가 지닌 의미를 2025경주 APEC 정상회의에 반영하여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센 풍랑을 소통과 화합으로 잠잠하게 재우는 기회가 된다면, 그 회의는 만파식적(萬波息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주는 최초로 삼국을 통일한 신라 수도로 한국문화 원형을 간직한 문화유산이 널려있는 장소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장소적 상징성을 지닌 경주는 화백회의 정신이나 만파식적 같은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원형이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와 다름이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도 자린고비의 굴비가 되어서는 그 가치가 빛을 낼 수 없다. APEC을 위한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는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이 흥미를 갖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경주지역 문화유산을 재해석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에 흥미와 공감을 가질 수 있을 때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APEC 2025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는 시민들의 관심이 경주와 경상북도 지역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전국적인 붐을 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 전 세계인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홍보전략도 필요하다. 2025경주 APEC 정상회의가 국제행사이지만,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 필요성은 다양한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국제적 분쟁이 격화되고 있고, 이념과 계층, 지역 간 갈등과 분단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구려와 백제 유민을 품어 안은 신라의 포용과 화합 정신을 반영하여 2025경주 APEC 정상회의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