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벚꽃이 만개하면 경주는 분홍빛으로 물든다. 그중에서도 ‘흥무로 벚꽃길’은 도심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대표적인 봄 명소로 손꼽힌다. 수령 50년이 넘는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우는 풍경은 지역민은 물론 타지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길에 자리한 ‘야시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야시장이 벚꽃길 경관을 해치고, 소음·쓰레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또 다른 쪽은 야시장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차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운영 방식’에 있다고 본다.
무분별하고 상업적인 야시장이 아닌, 벚꽃과 조화를 이루는 품격 있는 콘텐츠 중심의 야시장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지역의 청년 상인이나 예술가들이 참여해 특색 있는 먹거리와 공예품, 버스킹과 같은 볼거리를 선보이고, 인근 주민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일정 시간대에만 운영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벚꽃의 정취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머무는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 말이다.
관리 주체인 경주시와 행사 주체인 경주시 노점상연합회는 서로 변화하는 관광 유행에 수많은 의견 수렴과 고민을 가져야 한다. 변화는 노력 없이 이뤄질 수 없고, 변화가 없다면 점점 사람들에게 멀어지기 때문이다.
경주 흥무로 벚꽃길은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눈에 보이는 경관뿐 아니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경주의 봄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오래 기억되는 감동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 다시 경주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관광 유행은 수시로, 그리고 항상 변한다. 그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에 따라야만 관광도시로서의 명성 유지할 수 있는 시대다.
새로운 관광 유행에 발맞춰 경주 벚꽃철의 가장 유명한 장소, 그 변화의 시작이 흥무로 벚꽃길에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