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상북도 한우 사육두수 1위를 자랑했던 경주가 2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한우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우 비육 원가는 증가하고 한우 가격은 낮아져 축산업의 경쟁력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트윈팜’ 김하영 대표는 경주 축산업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1998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와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문턱이 높다고 평가받던 축산업에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3대째 한우를 사육하는 집안 환경에서 자라나 자연스럽게 축산업을 선택하게 됐다는 그는 한우 비육 환경이 과거와 달리 기계화가 많이 도입돼 여성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도 전했다. 특히 그는 경주에도 청년 축산인, 청년 여성 축산인들이 증가해 함께 정보도 교류하고 서로 상생하길 희망했다.
경주신문에서는 축산업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경주시 서면에 위치한 ‘트윈팜’ 김하영 대표를 만나 5년차에 접어든 그의 농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축산업, 자연스러운 선택
“어릴 때부터 부모님 일을 도우며 자랐어요. 주말이면 늘 농장에서 보내고,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축산업에 뛰어든 지는 벌써 5년째입니다”
김하영 대표가 축산업을 선택한 데에는 어릴 적부터의 자연스러운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그는 송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보들보들한 송아지가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라 제 마음을 훔쳤어요”
송아지가 좋다는 김 대표는 진로를 정할 때 고민은 있었지만, 결국 마음은 하나였다. 경북대에서 축산학을 전공하며 진로를 다졌고, 졸업 후 자연스럽게 농장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열심히 일궈오신 가업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 입시원서를 모두 축산 관련 학과에 지원했고, 경북대학교에서 4년간 축산을 공부했습니다”
기계화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농장
본격적으로 축산업 신고를 한 김하영 대표는 자신만의 농장 이름을 ‘트윈팜’으로 정했다. 쌍둥이로 태어났기에 지은 이름이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하영 대표의 할아버지부터 시작된 한우 농장은 3대째 이르며, 변화를 시작했다. 어머니 최경옥 씨는 한우 번식을 담당하고, 김하영 대표는 한우의 비육을 담당한다. 아버지 김윤태 씨는 농장의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김 대표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앞서 2021년에는 새농민상을 받은 아버지 김윤태 씨의 노력으로 기계화가 잘 이뤄져 있는 것이 트윈팜의 장점이다. 기계화 덕분에 트윈팜은 자체적으로 소에게 공급할 조사료를 재배하고 건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양질의 사료를 바로 급여할 수 있다는 건 소의 건강에 굉장히 중요해요. 저희 농장은 늘 ‘소를 우선으로 생각하자’는 철학을 지켜오고 있어요”
특히 요즘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축사 태양광 설치 대신 김 대표는 ‘소에게 햇볕을 쬐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자연광을 유지하고 있다.
“트윈팜은 소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이에요. 그렇기에 소와 자주 교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따뜻한 햇살 아래서 자라는 소들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해 요즘 널리 설치하고 있는 태양광도 없어요”
트윈팜, 김하영 대표의 놀이터
김 대표는 자신에게 축산업이 단순한 일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윈팜은 일터이자 놀이터예요. 아침에 나가면 반겨주는 말동무들이 있어 혼자 일해도 전혀 외롭지 않아요. 늘 새로운 일이 생기니까 지루할 틈이 없죠”
여성으로서 체력적인 부담에 대한 질문도 많지만, 김 대표는 예전과 달리 여성에게 축산업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요즘은 기계화가 잘 이뤄져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 물론 지게차라던가 열풍 건조기 등 기계 조작은 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여성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거칠지 않거든요”
그는 힘들 때마다 부모님과 남편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제가 힘들어할 틈이 없게 항상 응원해줘요. 덕분에 다시 힘내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어요”
청년 축산인으로서의 바람
경주는 농업 인구가 많은 도시답게 청년 농업인을 위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신규 농업인을 위한 멘토링 제도, 청년 농부 간의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것.
축산업도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김 대표는 신규 축산인을 육성하는 데에는 조금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축산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기존 인구가 적은 데다, 신규 축산인의 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청년들이 쉽게 축산업에 뛰어들 수 없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농업 쪽은 청년 네트워크나 멘토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축산은 다소 외로운 길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청년 축산인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하영 대표는 경주시 차원의 축산 창업 지원과 청년 축산인을 위한 교육,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군가가 먼저 길을 닦고, 다음 사람은 조금 더 편하게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흐름이 쌓여야 경주의 축산업도 다시 경쟁력을 갖게 될 거예요”
“축산업은 투자 비용이 큰 편이지만, 열정만 있다면 도전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교육도 잘 갖춰져 있고, 정부 지원도 많아요”
김 대표는 열정이 있다면 축산업에도 청년들이 도전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전하면서도 청년 축산인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도우며 성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직 부족하고 서툰 부분이 많지만, 선배 축산인분들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돼요.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경주의 축산업은 더 밝아질 거라고 믿어요.”
지속되는 사육두수 감소, 줄어드는 축산 인구 속에서도 김하영 대표와 같은 청년 축산인의 존재는 경주 축산업에 한 줄기 희망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례는 단지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변화의 출발점이며, 닫힌 문을 두드리는 도전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위축되고 있는 경주의 축산업을 위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다. 경주가 다시금 경북, 나아가 대한민국의 한우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설 그날을 바라보며, 김하영 대표 같은 청년 축산인이 더 많이, 더 오래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