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유치원 때 일이다. 쌍둥이가 친구를 울렸다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보통 친구를 울렸다고 전화하실 일이 없는데, 뭔가 또 있나 보다 싶었다. 잠깐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얼른 유치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우는 아이와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아줌마의 유별난(?) 교육관으로 인한 참사였다. 쌍둥이가 소유에 관한 생각이 잡혀가고 있었다. 동생과 더불어 삼 남매가 ‘안방은 내꺼’, ‘거실은 내꺼’하며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당시에 부엌과 서재, 옷방은 출입금지였다). 막내는 그러면 내 공간이 없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양보는 없었다. 거실이 크니 네가 동생이랑 같이 써라, 그러면 내 공간이 부족해진다. 그럼 내 공간은 어떻게 하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삼 남매가 설전을 펼쳤다. 아줌마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세 아이를 불렀다. “너희들이 이 집 돈 주고 샀어?” 엄마의 질문에 눈치 빠른 쌍둥이는 그냥 소꿉놀이라고 대꾸했다. “이 집은 엄마, 아빠가 돈 주고 산 집이야. 물론 너희들은 엄마, 아빠의 자식이니까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지낼 수는 있어. 그렇다고 너희 맘대로 네꺼내꺼 장난으로 할 수 없어. 서로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들이 용기를 내어 반항을 해본다. “우리 집이잖아요?” “그래, 우리 집이지. 하지만 소유는 엄마, 아빠야. 너희 엄마, 아빠 집에서 얹혀사는 중이야” 약간의 대화가 더 길어졌고, 아이들은 이후로 공간을 잘 나누며 지냈다. 그리고 서너 달이 지났을 때 일이 터졌다. 유치원에서 쌍둥이 친구가 조부모가 사준 고가의 장난감을 들고 와서 자랑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집 내 방에는 이러쿵저러쿵 한동안 자랑을 계속 했나보다. 부러움에 아이들이 모두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있는데, 쌍둥이가 한 마디 시작하더란다. “그거 다, 니 꺼 아니야!” 상대 아이는 할머니가 생일 선물로 사준 진짜 내 거라고 반박을 했더란다. 그러자 쌍둥이의 본격적인 주장이 펼쳐졌다. “니가 돈 주고 사야, 니 꺼야. 너가 엄마아빠 말 안 들으면, 그거 못 갖고 놀지?” “맞아. 네 방도 없는 거야. 너는 엄마아빠 집에 얹혀사는 거야!” 두 아이의 공격에 점점 말이 없어진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쌍둥이야, 세 아이가 있는 집에서 유별난(?) 엄마의 교육관으로 강하게 자랐지만, 상대 아이는 외동이었다. 이런 공격은 생전 처음이고, 내 장난감, 내 공간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했을 것이다. 결국 아이는 무너졌고 대성통곡했다. 선생님이 아무리 달래도 해결이 되지 않아서 부모님을 부르게 되었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려야 하니 가해자인, 쌍둥이 엄마인 내게도 연락이 온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의 집이나 자동차, 부모님이 사준 고가의 장난감 등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서로 비교하는 것을, 아줌마는 싫어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 것이 아닌 걸로 자랑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네가 스스로 이룬 것은 자랑해도 되지만, 온전히 네 것이 아닌 것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너무 이른 나이의, 또래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선생님께 제가 몇 달 전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고, 그래서 아이들이 그런 것이라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때마침 아이의 아버님이 도착하셨다. 제가 이러저러해서 우리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해서 자제분이 많이 놀란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아버님께서 웃으시며 별일 아니네요 답해주셨다.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모두 온 뒤에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울음이 진정된 후, 아이가 아빠에게 안긴 채, “진짜 내가 엄마, 아빠 집에 얹혀사는 거야? 내 집 아니야?” 아이 아빠는 답했다. “엄마 집이야. 너랑 아빠는 엄마 집에 얹혀사는 거야” 그때 가해자(?)인 쌍둥이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되었다. 여전히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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