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PEC 경주의 첫 행사였던 제1차 고위관리회의(SOM1)가 지난달 막을 내렸다. APEC은 단순히 10월 말~11월 초에 개최되는 정상회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SOM1 회의를 통해 경주의 어떤 면이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그것이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행사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과 시민의 참여는 성공적인 개최에 필수 요소다. 이를 위해 경주시와 관계 기관은 경주시 공식 홈페이지나 언론,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행사 준비과정과 주요 이슈를 최소한 매월 정기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경북도지사, 그리고 경주시장은 2025 APEC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문화의 힘을 통해 대한민국과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SOM1 환영 만찬에서는 21개 회원국의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칵테일 리셉션, 기념품 전달, 전통주 소개 및 건배 제의, 문화공연 등이 진행됐다. 이러한 행사에서 소개되는 각 요소는 대한민국과 경주를 홍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사 종료 후 각국 대표단 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사 만족도 조사에서 관광(96점), 시설 및 운영 지원(95점), 수송(94점), 문화공연(93점), 숙박(92점)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향후 행사 준비과정에서 강점과 보완점을 분석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관련하여 성공적인 문화 APEC 개최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건배주 선정과 글로벌 홍보 전략. 국제 행사의 공식 만찬주는 브랜드 가치 제고와 홍보 효과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천년약속’이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 SOM1에서는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36종의 전통주가 전시됐고, 12종의 시음이 진행됐다. 만찬에서는 경북도의장이 안동소주 ‘월영’을, 경주시장이 ‘교동법주’를 건배주로 선정했다. 그러나 정상회의에서는 안동소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국제회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배주 기준(12~14%)을 초과해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경주의 전통주를 효과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건배주 선정 과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 우리 건배주의 품격과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과 글로벌 홍보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 기념품의 차별화와 브랜드화. SOM1에서는 APEC 사무국장과 고위재무관리회의 의장에게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스틸아트’ 기념품이 전달됐다. 향후 APEC 공식 기념품은 정상회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주시가 매년 개최하는 기념품 공모전을 활용해, 경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감각을 접목한 홍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K-컬처와 경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담은 문화공연. SOM1 환영 공연에서는 ‘천년의 역사를 무대로, 세계와 지역의 전통이 어우러지는 신라의 감동’이라는 주제로 국악과 현대 음악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러한 공연은 일회성 행사 프로그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25 APEC 정상회의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경주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김동리 원작의 창작극 「을화」처럼 경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공연들이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APEC 기간 내내 관광객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경주는 ‘APEC 개최 도시’라는 위상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관광 프로그램의 혁신. 2025 APEC 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수준 높은 APEC 대표 관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보유한 경주는 단순한 명소 방문을 넘어, 현대적 해석의 교육과 체험이 결합된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신라의 건국신화 투어, 화랑문화 순례, 인내천 동학사상을 포함한 5대 종교 성지 투어, 세계문화유산 및 경주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및 치유 관광, 경주 노천 박물관 ‘남산 순례’, 21세기 노블레스 오블리주 최부자 정신 체험 관광,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의 성지 황리단길 견학 등을 통해 경주의 고유한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숙식과 수송 서비스의 한국적 가치 반영.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APEC 지정음식점·월드음식점 150곳과 APEC 안심숙박업소 20곳 선정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숙소 시설에서도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환대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한, 향후 APEC 정상회의에서 제공될 공식 메뉴와 숙소, 만찬 및 회의 장소를 패키지화해 글로벌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2025 APEC 경주는 단순한 국제회의를 넘어, 대한민국과 경주를 세계에 각인시킬 역사적 기회다. 이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APEC 이후’에도 남을 수 있는 소프트 및 하드를 망라한 유산(Legacy)을 구축하고,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관광·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