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발레의 형식을 정립한 프티파는 오늘날 차이콥스키 3부작만큼이나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도 안무했다. 돈키호테와 라 바야데르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의 음악은 밍쿠스(Ludwig Minkus, 1827-1907)라는 오스트리아 작곡가가 담당했다. 밍쿠스는 당시 황실발레단의 공식 작곡가였는데, 프티파가 차이콥스키를 만나기 전의 명콤비였던 것이다. 두 작품 중 돈키호테(Don Quixote, 1869초연)는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말괄량이 키트리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화려한 스페인 춤과 의상, 바질과 키트리의 아름다운 그랑 파드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편, 라 바야데르(La Bayadere, 1877초연)는 불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을 가진 블록버스터급 발레다. 이 작품은 이야기만 놓고 보면,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를 다룬 막장 드라마다. 하지만 고대 인도 제국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150여명의 출연진, 400여벌의 의상, 2미터 높이의 대형 코끼리 등장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아 버린다.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이지만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다. 일각에서는 차이콥스키의 3부작보다 라 바야데르를 최고의 발레작품으로 더 쳐주기도 한다. 1막부터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 욕심쟁이 공주 감자티,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전사 솔로르가 묘한 삼각 구도를 그린다. 솔로르와 니키야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고 있고, 라자 왕은 솔로르를 자신의 딸인 감자티와 결혼시키려고 한다. 솔로르는 갈등 끝에 감자티를 선택하게 되고, 라자 왕 부녀는 솔로르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니키아를 제거하려고 한다.   2막에서는 솔로르와 감자티의 성대한 결혼식이 펼쳐진다. 니키아는 슬픔에 젖어 춤을 추던 중 솔로르가 보낸 꽃바구니를 받고 기뻐한다. 하지만 바구니에는 독사가 들어 있었다. 라자 왕 부녀가 솔로르가 보낸 것으로 위장한 것이었다. 니키아는 춤을 추다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만다. 2막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무대를 채운다. 무희들의 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물동이춤, 부채춤 등 디베르티스망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독사에 물린 니키아가 추는 처절한 핏빛 독무와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라 바야데르의 하이라이트는 3막이다. 솔로르는 니키아의 죽음에 몹시 괴로워하다가 이윽고 아편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환각 상태에 빠져 망령의 왕국에 빠져드는 장면은 발레 블랑(Ballet Blanc)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어둡고 푸른 조명에서 흰색 튀튀를 입은 32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망령이 되어 차례차례 등장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발레 블랑은 치마의 길이만 다를 뿐 낭만발레의 전통을 고전발레가 고스란히 계승한다. 솔로르는 망령의 왕국에서 니키아와 재회한다. 그들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스카프를 함께 든 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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