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집 앞에 편의점이 있다. 초등학교 앞에는 의례 문구점이 있고 각종 문구부터 간식까지 즐비하다. 학원 앞과 학교 앞 편의점은 매출이 보장되는 곳이다. 도심권 학원가 편의점과 빵집은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경기가 안 좋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요즘이지만 아이들의 소비는 그대로다.
왜?
부모들이 허리를 졸라매더라도 아이들의 소비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꼰대다.
아줌마 꼰대를 열불 나게 하는 것은 부모들의 어리석은 사랑 표현이다. 요즘 아이들은 편의점 큰 손이다. 고민해서 소비하는 친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용돈을 교육이 아니라 필요성으로만 따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배가 고프니, 음료수와 배고픔을 달랠 핫바나 김밥과 같은 것을 구매하려면 5000원 정도를 준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밥 먹을 시간이 안 되는 그런 경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아줌마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이것저것 사와서 놀이터에서 먹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하다.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편의점에서 핫바와 바나나우유를 사 와서 먹는 친구들도 있다.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의 이야기는 아이가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도록 돈을 준비해 둔다는 것이다. 엄마가 집에 있고, 집에 밥이 있고 간식이 있어도 말이다.
아줌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 용돈이 얼마냐고 물었다. 대부분이 5000원에서 8000원 정도 주고 있었다. 용돈이 따로 있냐고 물었더니 다수의 엄마는 없다고, 필요할 때마다 준다고 했다. 아이가 거의 매일 사 먹던데, 지출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마저도 모르고 있었다.
아줌마의 꼰대 기질이 올라왔다.
엄마가 부재중이거나 집에 먹을 게 없어서 그런 경우면 몰라도, 꼭 편의점에서 사지 않아도 되면서도 돈을 주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놀다가 너무 더우면 집에 올라와서 다시 나가기가 귀찮잖아요. 배가 고픈데, 집에 와서 급히 뭐 해주기가 힘들기도 하고, 얼른 먹고 싶을 때 먹어야 맛있다는 둥 엄마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아줌마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리고 물었다.
“아이가 커서 인서울 대학 들어갔는데, 기숙사 생활이 불편하다고 오피스텔, 그것도 조식, 세탁 서비스 같은 것이 잘 되는 호텔식 오피스텔 구해달라고 하면 구해줄 거예요? 예전에는 한 달에 100만원 정도 했는데, 요즘엔 더 올랐다고 하더라구요”
엄마의 답은 그건 아니라고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한다고 애쓴다고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데로 다 해주다가 갑자기 대학생 됐다고 원하는 걸 안 해주면 아이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엄마는 아이가 다 컸는데, 그 정도도 이해 못 하겠냐고, 우리 아이를 뭘로 보는 거냐는 눈빛으로 내게 답했다. 그런데 아줌마는 확신한다.
아이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못 해주는 부모의 무능력을 원망할 것이다. 아이의 인성이 못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엄마가, 부모가 그렇게 키웠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면(학교만 다니면, 학원만 잘 다니면, 숙제만 잘하면, 시험만 잘 보면) 그 외의 모든 것을 다 봐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학생이 되었다고 어른이 된 모습으로, 부모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우리 아이가 행동할 것이라 어떻게 자부하는가?
“잘 해주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이도 엄마에게서 배신감을, 부모도 아이에게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온 삶의 결과가 서로에게 배신감만 남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 가계에서 아이들 교육비와 용돈이 얼만큼의 비중이 되는지, 엄마도 아이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부모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 걸 가르쳐주지도 않고 아이가 부모의 수고로움에 감사함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소비가 큰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거든, 소비가 적은 친구들은 없냐고 답해라. 그리고 애초에 비교는 불가다.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줘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미운 자식 떡 하나 준다.
많은 엄마가 옛말의 지혜를 되새기는 오늘이 되기를 아줌마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