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미리 작품을 감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 특별했어요. 마치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지난 14일 경주예술의전당 지하 1층 경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서 ‘을화’ 오픈 리허설에 참석한 한 시민의 말이다. 경주시립극단은 132회 정기공연 ‘을화’를 앞두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작품을 완성해가는 오픈 리허설 자리를 마련했다. ‘을화’는 경주 출신 작가 김동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창작 초연작으로, “맺힘과 풀림의 기록 1978”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98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세계적 위상을 가진 한국문학의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강성우 감독은 “을화는 ‘무녀도’와 같은 맥락이지만 더 방대한 장편이다. 원작에서는 기독교와 민간 신앙의 충돌이 주요 주제였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인공 을화(본명 옥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 어머니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모성애와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작품으로 재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픈 리허설에서는 작품의 프롤로그 부분이 공개됐다. 배우들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무대를 채웠고, 참석한 시민들은 작품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우리 경주와 한국의 정서에 맞는 작품이라 울컥했다. 처음에는 소재가 무겁다고 해서 주저했는데, 실제로 보니 오히려 기대가 더 커졌다”면서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에 쉽게 집중할 수 있었고, 프롤로그만으로도 작품의 세계관과 인물들의 관계가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주시립극단의 원로 배우인 이애자 씨도 참석해 후배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60여년 가까이 지역 연극계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배우들은 다양한 연출을 경험하는 게 좋다. 그만큼 성숙되기 때문”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과거 ‘무녀도’ 공연으로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이애자 씨는 “우리는 문화유산을 소중히 지켜나가야 한다. 문화적 정체성이 강한 국가가 진정한 강국이며, 그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경주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적 색채를 작품 속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시립극단은 이번 작품 ‘을화’를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레파토리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성우 감독은 “보통은 대여하는 의상도 이번에는 직접 제작했고, 무대도 언제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도록 보관가능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 더 완성도 있는 공연으로 발전시켜 경주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립극단 제132회 정기공연 ‘을화’는 4월 3일, 4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며, 관람시간은 100분이다. 14세 이상 관람가능하며 전석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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