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작가 채림의 ‘자연의 노래’ 전시가 3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지하 1층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프랑스 조형예술 저작권협회 회원인 채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옻칠 기법과 현대 미술의 융합을 통해 자연의 서정성을 담아낸 약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채림 작가의 작품은 나무에 40여회의 지난한 옻칠 과정을 통해 완성된 독특한 지지체가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상의 풍경화부터 격자 형태로 배열된 추상적 자연 이미지까지 다양한 형식을 보여준다. 특히 작품 속 화려한 산맥과 들판의 표현에서는 작가의 서정적 감수성이 돋보인다.   전시된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녹색 톤으로 표현된 산수화적 풍경이다. 두드러진 질감과 입체감이 특징적인 이 작품은 마치 산의 능선과 깊은 숲을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색조의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다.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옻칠 특유의 깊이감과 표면 처리가 돋보인다. 또한 바다나 원경에서 바라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추상적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층층이 쌓인 색채들은 깊이감과 대기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진한 청색과 선명한 녹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과 연한 황록색 하늘에서 짙은 청색 물결로 이어지는 섬세한 그라데이션 작품이 눈길을 끈다. 특히 곳곳에 더해진 핑크빛 포인트는 작품 전체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표면의 독특한 질감과 광택을 통해 옻칠 특유의 깊이감을 보여준다. 채림 작가는 보석디자이너로 출발해 전통 공예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독자적인 ‘보석 회화(Jewelry Painting)’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평면과 입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 송휘 라우갤러리 관장은 “이번 전시는 라우갤러리에서의 5번째 전시이자 2년 만의 신작 발표로, 작가의 예술 세계가 한층 더 깊어지고 확장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현대 미술의 탈장르 흐름 속에서 전통 옻칠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고요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