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캔버스 위에 수천 번의 붓질로 축적된 미세한 차이들이 만들어낸 추상의 세계.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욱 작가의 개인전 ‘1mm의 경계’는 관객에게 ‘존재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Geometric’ ‘Invisible Space’ ‘Gesture’ ‘White Gesture’ ‘Invisible Space-Image 등 5개 시리즈 총 140점을 선보인다. 특히 20미터에 달하는 대작은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우리가 보는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세계는 사실 동일한 원리로 움직이죠. 세포의 움직임이나 우주의 흐름이나, 결국 같은 질서 속에 있어요” 전시장에서 만난 이강욱 작가는 자신의 작업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고대 힌두 철학 텍스트인 ‘우파니샤드’에서 영감을 받아 겉보기에 상반되는 요소들이 근본적으로는 하나라는 개념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Geometric’ 시리즈의 작품들은 점, 선, 면 등의 기하학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우주의 질서를 표현한다. 하지만 단순히 기하학적 미니멀리즘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레이어가 쌓여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점이 이 작품들의 매력이다.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멀리서 보면 전체적인 구조가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미세한 붓질과 질감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며 “거리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의 ‘흰색’에 대한 독특한 접근이다. 이강욱의 ‘White Gesture’ 시리즈는 흰색을 단순한 바탕이 아닌 적극적인 조형 요소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동양의 여백미와는 다른 방식으로 흰색을 다룬다는 점에서 도전적이다. “흰색은 모든 색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완전한 색입니다. 저는 다른 색들은 단지 톤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이강욱 작가의 이 발언은 색채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도전장을 던진다.   홍익대를 졸업한 후 일찍이 국내 주요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강욱은 영국 런던에서 7년간 유학 생활을 하며 국제적 시야를 넓혔다. 그의 작품 세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고 한다. “초기 작업은 불안과 욕망이 강했어요.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평온하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위한 조언에 관한 질문에 “현대 미술교육에서는 단순히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기술보다 소통능력과 개인만의 시각이 더 중요합니다. 예술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매체로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미술 작가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진솔한 조언을 전했다. 최유진 대표는 “추상 미술은 종종 ‘어렵다’는 선입견에 가로막히지만, 이강욱의 작품은 시각적 매력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래도 관람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깊은 층위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와의 만남 등 전시연계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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