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김시습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제13회 금오신화제가 지난 20일 경주남산 용장사터에서 봉행됐다.
잔설이 녹아내리고 매화가 꽃망울을 틔우는 계절, 전국의 문학인과 문화예술인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가 집필된 곳에서 작가의 혼을 기린 것이다.
이날 행사는 전 한국유교학회 박홍식 회장이 초헌관을, 전 부산대 김용환 교수가 아헌관을, 전 김인식 교장이 종헌관을, 정수암 서예가가 축관을 맡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금오신화에 수록된 매월당의 시를 낭독하고 자작시를 나누며 문학적 교감을 나눴다. 2013년부터 시작된 금오신화제는 시인 권순채 씨의 주도로 매년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지자체의 지원 없이 순수 민간 차원에서 이어져 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용장사터는 조선의 대표적 생육신이었던 김시습이 설잠스님이라는 법명으로 머물며 ‘금오신화’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축문에서는 “매화꽃이 필 무렵 이곳 용장사 옛터에서 뜻있는 몇 사람들이 아무 꾸밈도 없이 격식도 갖추지 않고 오직 매월당 설잠스님으로 계시던 김시습을 기리고자 한다”며 행사의 순수한 의미를 강조했다.
권순채 시인은 “지금까지 금오신화제를 지내온 자료를 모아 20주년에는 기념 책을 발간하는 마음 간절하다. 강원도 인제에는 경순왕 김부대왕당에서 매년 5월 5일과 9월 9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고 있다. 역사는 기록과 꾸준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주의 문학혼의 시초인 김시습을 기리고, 또 자연스럽게 제를 모시고 그를 기억할 수 있도록 경주 남산 용장사터에도 매월당 김시습을 모시는 곳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