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학문이나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한 분야에서 평생을 바치고 노력하는 사람 모두가 명장이 될 수 없는 만큼 때로는 외롭고도 지루한 일일 수도 있다.
경주시 외동읍에 위치한 ‘외동석재’의 한동식 대표도 53년이라는 긴 세월 돌을 깎으며, 외길을 걸어왔다. 힘들고 쉽지 않은 석재업이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현장에 나가 작업에 참여한다.
이러한 한 대표의 석재업에 대한 열정은 경주와 잘 어우러졌다. 그는 경주의 여러 문화유산 보수작업이나 복원공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실력을 더욱 갈고 닦았다. 특히 2005년 경상북도 최고장인(현 명장)에 선정되며 그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또한 지난 8일 경상북도 명장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경북도 내 위상도 올라갔다. 본보에서는 석공 외길을 걸어온 외동석재 한동식 대표를 만나 53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석공
경주 포석(현 배동)이 고향인 한동식 대표가 처음 망치와 정을 들게 된 것은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1960~70년대 경주는 공단과 관광이 발달한 지금과 달리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다.
때문에 농사가 아니면 딱히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한 대표는 1969년 생계를 위해 석재 작업에 뛰어들며 석공 인생을 시작했다.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그는 힘든 석재 작업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배웠다. 무작정 시작한 석재업이었지만 그는 빠르게 열심히 기술을 배웠고 그 결과 1972년 2만9000원으로 외동석재를 설립했다.
한동식 대표는 당시 석공 한 달 급여가 딱 2만9000천원이었는데 지금 환율로 따지면 약 30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결국 한 달 급여를 모아 지금의 외동석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석공이라는 한 길만 걷던 한동식 대표는 2015년 경상북도로부터 최고장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게 됐다. 또한 그의 노력만큼 외동석재도 성장해 지금은 12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튼튼한 회사로 성장했다.
여러 문화유산 복원 및 보수에도 참여
한동식 대표는 여러 문화유산 복원 및 보수 작업에도 참여를 했다. 1972년 외동석재를 설립하고 처음 참여한 작업은 숭무전 비석 보수작업과 신문왕릉 보수작업이었다.
이후 월정교 복원 공사, 불국사 석가탑 복원 공사, 국립경주박물관 내 고선사지 삼층석탑 복원, 경주 읍성 복원 등 지역의 문화유산 복원 및 보수에 참여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선보였다. 현재는 황룡사 복원 공사에 참여하며 신라시대 경주의 모습을 되찾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복원에 참여했는데 울산 태화사 12지 부도 재현 작업, 의성 탑리 오층석탑 보수 및 복원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지역에서 작업을 경험한 한동식 대표는 유독 경주 남산에 불상과 탑이 많은 이유를 나름 정리하기도 했다. 경주 남산에는 130개의 불상과 99개의 탑이 있는데 신라시대 경주가 불교 문화의 중심지기도 하지만 ‘경주석’, 즉 경주의 돌들이 정말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주석으로 불상을 조각하거나 탑을 만들면 그 색과 질감이 저절로 불심을 일으킬만큼 재질이 우수하다는 것. “경주 남산에는 130개의 불상, 99개의 탑이 있습니다. 신라시대에 활발했던 불교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도 하지만 그만큼 경주석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거죠. 작품을 만들면 다른 지역, 특히 최근에 수입하는 돌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꾸준한 나눔도 펼치는 한동식 대표
한동식 대표는 지난 8일 경상북도 명장협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58명의 경북 명장들로 구성된 명장협회는 매년 농어촌에서 각 분야의 명장들이 지역민들 위한 재능기부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한동식 대표는 이사장에 취임하며 2년의 임기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회원들이 경북 전역에 퍼져 있어 좀처럼 일정을 잡기 힘들지만 명장들의 지역을 위한 재능기부는 희망을 전하는 동시에 나눔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한 대표의 나눔에 대한 생각은 고향인 외동읍에서 꾸준히 이어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동읍행정복지센터에 조형물을 기증하는가 하면, 농악대 물품 기증, 유도회관 사무기기 및 가구 기증, 그리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외동읍 향토지 제작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아사달·아사녀 사랑탑’
한동식 대표는 외동읍 영지못 인근에 조성된 영지설화공원 ‘아사달·아사녀 사랑탑’ 제작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전했다.
아사달은 신라시대 석공으로 한 대표는 그 후예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탑 제작을 위해 후원회장을 맡아 전국을 3년3개월 동안 돌아다니며 9000만원 가까이 모금을 이뤄냈다. 이후 경주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지금의 사랑탑을 제작하게 됐다는 것. 지금도 조형물을 보면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사달은 신라시대 석공으로 지금도 아사달·아사녀의 이야기는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경주의 석공들은 아사달의 후예라 할 수 있기에 ‘아사달·아사녀 사랑탑’을 제작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거죠. ‘아사달·아사녀 사랑탑’ 건립은 제 삶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