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교는 문천 최고의 교량이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의하면 경덕왕 19년(760) ‘문천 위에 월정교와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월정교는 신라 왕경 서쪽 지역의 주된 교통로로 이용되고 춘양교는 경주 남산과 남쪽 외지를 연결하는 다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기록이 보이지 않다가 고려 제19대 명종(1170~1197) 때 시인 김극기가 지은 시에 ‘虹橋倒影照蚊川’이라는 구절이 있다. ‘무지개 다리가 문천에 그 그림자를 거꾸로 비치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고려 제25대 충렬왕 6년(1280)에 경주부 유수 노경론이 중수한 사실이 있다. 그 후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경잡기』에 현재는 유지(遺址)만 남아 있다고 하여 『동경잡기』가 쓰인 조선 현종 10년(1669)경에는 이미 교량의 기능을 상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기록 등으로 미루어 월정교는 760년에 조영되어 1280년까지 최소 520년간 다리의 기능을 유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월정교는 기록에 나타나는 남천의 여러 교량 가운데 최근까지 그 유지(遺址)가 가장 잘 남아 있었다. 월정교의 명칭이 신라 때는 깨끗할 ‘정(淨)’ 자를 쓴 월정교(月淨橋)였으나 고려 시대에 정할 ‘정(精)’ 자 월정교(月精橋)로 바뀌어 현대까지 이르고 있다. 월정교의 규모는 길이 60.57m로 발굴조사 때에 교각 사이에서 불에 탄 목재 편과 기와 조각이 출토된 점으로 보아 교각 상면이 누각과 지붕으로 연결된 누교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교각은 센 물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주형(舟形)으로 쌓았다. 다리의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교대(橋臺) 날개벽 석축의 돌못 사용 방법, 퇴물림식 축조 방법, 석재의 색깔과 재질까지도 일정교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다리는 우리나라 고대 교량의 축조 방법과 토목기술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라 왕경의 규모와 당시의 교통로 등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근대적인 문화재 조사가 시작되었을 때는 다리 바닥을 지탱하고 있던 석조물만 남아 있었다. 1975년 처음 실측 조사가 있었고 1984년 11월 26일부터 1986년 9월 8일까지 두 차례의 복원 설계를 위한 자료수집과 발굴조사를 통해 나무로 된 다리가 있었음을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이후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공사로 길이 66.15m, 폭 13m, 높이 6m의 교량 복원이 완료되었다. 이후 2016년 4월부터 시작된 다리 양 끝의 문루(門樓) 2개 동을 건립하는 공사를 진행하여 2018년 4월 준공되었다. 월정교 자체는 실제로 존재했던 다리이나 오늘날 남은 것은 석축과 일부 부재뿐이었기에 교량과 누각의 형태는 대부분 상상에 의존하였다. 이 탓에 복원을 결정한 시점에서부터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졌다. 현대의 문화재 복원은 단순히 재건에 그치지 않고 당대의 모습을 최대한 반영함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목조 건축의 흔적과 불에 그을린 기와가 출토되었으므로 지붕이 있는 다리였음은 확실하지만, 그 이외의 사항은 전혀 모른다. 이곳과 인근 월지에서 출토된 여러 부재 유물들을 조합해서 통일신라의 건축 양식에 따라 만들긴 했지만 전체적 디자인은 거의 상상에 의존하였다. 문이 있었다는 기록이나 누교(樓橋)였다는 기록, 그리고 기와 및 목조 건축의 처마를 구성하는 부재가 출토된 점에 근거하여 다리 양쪽 입구를 막는 누각을 세우는데, 복층안과 단층안이 제시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왕궁과 연결된 다리라는 점과 방어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등 이유로 복층안을 채택했다. 웅장하게 복원된 월정교 남쪽 문루, 현판의 ‘月精橋’라는 글씨는 신라의 명필로 전설적인 서예가로 추앙받는 김생(金生)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특히 ‘月’자가 이채롭다. 배 모양의 교각 단면을 닮아 다시 한번 눈길이 가게 만든다. 북쪽 문루의 현판은 신라 말기의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고려 때 김극기가 지은 시에서는 ‘虹橋倒影照蚊川’이라 하였으니 무지개 다리여야 한다. 그런데 복원된 다리는 무지개 다리가 아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월정교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밤이다. 낮에는 월정교의 자태를 오롯이 볼 수 있어 좋고, 밤의 월정교는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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