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초에 경주고도육성포럼 주관의 제7회 ‘황남동 마을해설사 양성과정’ 수료식이 있었다. 9월부터 13주 동안 이어진 양성과정에는 특강 17회와 문화탐방 2회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제2차 문화탐방은 11월 말에 황리단길에서 실시되었다. 탐방 참가자들은 황리단길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A4 한 면 분량으로 작성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이 칼럼은 필자가 직접 탐방에 참여하면서 황리단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느낀 점과 다른 탐방 참가자의 보고서,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글이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황리단길의 경쟁력은 ‘건축 환경과 보행 환경’에 있다고 했다. 대릉원의 고분들과 어우러진 골목길과 한옥으로 이뤄진 특색있는 카페와 맛집이 황리단길이 가진 엄청난 매력이라는 것이다. 핫한 가게들은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황리단길은 민간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조성되었지만, 황리단길의 명성에 큰 보탬이 된 것은 일방통행로 도입과 전선 지중화 등을 비롯한 경주시의 적극 행정이었다. 따라서 황리단길의 재방문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황리단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보행 환경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서 인도에 내어 놓은 입간판을 규제해야 한다. 입간판 단속의 어려움을 얘기하지만, 인도는 공적 영역이며 보행자를 위한 공간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 불법 입간판을 적극 규제하지 않음으로 인해 지금은 이미 꽤 많은 입간판이 세워졌고, 이는 가로 미관을 크게 해치며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불법이 계속 허용되면 입간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주말에는 황리단길의 일방통행 중심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 어떨까. 황리단길의 보행 환경은 훨씬 좋아지게 될 것이다.
보행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주차장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황리단길 안쪽에는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황리단길 초입에 894면의 대형 주차장이 2025년 말에 준공되는 시기에 맞추어 황리단길 안에 있는 공영 주차장을 공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황리단길 안쪽에 주차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 관광객이 차를 가지고 황리단길로 들어올 생각을 단념할 것이다. 새로 조성되는 공원은 만남과 휴식의 장소가 되거나 버스킹 등의 장소로도 기능할 것이다. 나아가 대릉원 남쪽 돌담길에도 주차를 금지시켜 그 길을 온전하게 보행자에게 돌려주면 돌담길은 또 다른 명소가 된다.
건축 환경에는 간판도 큰 몫을 차지한다. 황리단길에 있는 점포에게는 돌출 간판 부착을 금지하고, 간판을 한 점포에 1개만을 달도록 하며 현란한 네온사인도 금지하면 좋겠다. 모든 점포가 입간판을 내어 놓고 간판을 여러 개 달면 개별 점포의 광고 효과는 거의 없어지고 거리의 품격만 낮아진다는 우려에서다.
보행과 건축 환경을 해치는 것을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황리단길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질서하며 들뜬 상업적인 거리가 될 것이다. 벌써 이런 조짐이 보인다. 이는 황리단길의 지속가능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황리단길의 매력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다. 이런 매력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공간·문화행사의 확충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황남동 주민자치센터 건물을 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그 공간에는 황리단길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관, 갤러리, 소규모 공연장 등이 들어가면 좋겠다.
황리단길의 미래를 위해서는 황리단길 주민과 상인의 노력이 요구된다.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상인들이 황리단길의 공존과 공영을 먼저 생각하면, 황리단길의 앞날은 밝아지나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미래는 어둡게 된다.
경주시는 ‘황리단길 지속가능발전 종합대책수립회의’를 매달 개최하고 있으며 ‘황리단길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시민원탁회의를 열기도 하였다. 어떻게 하면 황리단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을까. 쇠퇴기에 접어든 전국의 다른 ‘~리단길’의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여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자. 건축과 보행 환경의 제고, 문화공간·문화행사의 확충과 함께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황리단길의 매력도를 계속 높일 필요가 있다. 황리단길은 다른 ‘~리단길’과 다르다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위기는 멀지 않은 시기에 다가올 것이다. 황리단길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주민과 경주시가 협의하여 불법 주차, 불법 간판,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는 자원봉사단도 구성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례 제정도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