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 안에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슬픔이 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레작가의 작가노트 中
시간이 멈춘 듯 녹슬어버린 모습을 통해 시간의 유한성과 도시의 외로움, 혹은 차가움을 표현하는 이레 작가의 전시가 경주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 미지에서 이레 작가의 기획초대전 ‘애정 만세’가 3월 1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깊은 밤을 날아서’, ‘You are My Sunshine’, ‘사랑을 노래하다’, ‘애정 만세’, ‘시간 여행자’ 등 20여점의 작품으로 관람객과 소통한다.
커뮤니티가 단절된 고독에서 출발해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닌 한 편의 동화 같은 피안의 세계를 제시하며, 그곳에서의 따뜻한 교감을 꿈꾼다.
작가의 작품은 희망의 새벽이 오기 직전, 깊은 밤의 은유적 상황을 포착한다. 작가의 현재 상황이 작품 활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작품 속 녹슨 비행기는 유한한 인생을 은유한다. 유한을 넘어 무한한 세계를 향한 여행에서 성경이 비춰주는 빛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고독한 세계 속에서 희망의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고 믿고, 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절실함과 간절함을 동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한층 밝은 느낌으로 발전하고 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교감하는 대상과의 친밀함과 따뜻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
은은한 질감과 따뜻한 색감을 강조하는 작가는 한지의 부드러움을 더해 다양한 색감과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이레 작가는 “제 그림은 동화적인 감성에서 출발했지만, 그 속에는 죽음과 삶, 인간의 고독과 연민에 대한 이야기, 궁극적으로는 유한한 삶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세계는 보이는 세계이자 감각하는 세계지만, 이 세계를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은 퇴화돼 있다. 마치 매트릭스 세계에서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언가가 그 기억을 깨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바람에 이는 풀처럼 허무하게 살다 흩어질 뿐이다. 예술가의 궁극적 역할은 매트릭스 속에 있는 문명을 자각함으로써 비가시적 세계와 연결된 마음에 진동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시선을 조금 확장하고 있으며,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따뜻한 작품을 많이 선보이겠다”면서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랐다.
이레(Yireh) 작가는 동아대 회화학 서양화와 중앙대 영화학 연출을 전공했다. 개인전 11회, 2인전 및 단체전 50여회, 국내외 아트 페어 15여회에 참여했다. 전국대학미술제 동상(1991), 신영영화제 우수작품상(시나리오, 연출, 미술, 1995), BS금융그룹 청년작가 평면미술공모전 입상(2014) 등을 수상했다. 부산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영화 연출 및 조연출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에서의 예술적 경험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