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 고민과 이슈가 참으로 많겠지만 그 중 핵심과제의 하나가 인구축소 및 고령화일 것이다. 통계상으로 경주지역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만7248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27.8%로 초고령 사회에 속한다. 청춘은 60세부터라는 말도 있지만 인구감소와 노령화 속도의 가속화는 1990년대까지의 사고와 대응 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경주시 65세 이상 분들 중 80세 이상 분들은 얼마나 되고 이분들 중 자녀가 모두 타지에 나가 있고 어르신만 계시는 숫자는 얼마나 되며, 경주시의 요양시설(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검색해 보았지만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2005년 작 소설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코엔 형제 감독의 2007년 작 미국 영화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오른다. 이 제목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온 것이며,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돌아가기 때문에) 노인이 살아갈 만한 나라가 아니다’에 가깝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구절에서 ‘노인’이란 단어는 단어 그대로 ‘늙은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를 뜻한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사회는 정말로 이와 같이 노인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을까 자문해본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도 이 속담이 유효할까? 늙고 병 들고, 치매 같은 뇌의 인지기능 장애로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 받는 분들에 대해서도 그 의미가 통할까 하는 화두를 던져본다. 경주시의 경우 시립요양병원은 있으나 요양원은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원만 있는 것 같다. 유치원과 학교는 국립, 시립, 구립 등 공립이 있는데 노인을 위한 요양원이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6월 기준 노인복지시설 통계’에 따르면 주거 기능을 수행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을 이용하는 노인 수는 2023년 1만9369명으로 2022년(1만9355명) 대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시설 수는 2023년 기준 297개소로 2022년(308개소)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등 노인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양시설은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보호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병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을 찾기 힘들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시절은 옛일이고 핵가족을 넘어 전자가족이 된 지도 이미 오래전이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오늘, 노인이 되면 혼자 살거나 시설로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오래전부터 보아온 외국영화의 양로원에 가는 모습이 앞으로 우리나라도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노인에 대한 보다 세심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특히 자녀(보호자)가 타지에 있는 노인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자녀가 거주하는 지역의 시설로 모셔가는 형편이다. 반면 평생을 고향에서 산 어르신들은 시설이 좋은, 대도시의 시설이라고 해도 고향에서 떠나기 싫어하고 친구와 친지들이 있는 고향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야 하는 노인들의 상실감을 덜어주고 외지에 나간 자녀들이 마음 놓고 고향 시설에 부모님을 맡길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세울 만하다. 경주시에 4~50명 또는 100여명 규모의 시설이 운영되고, 출향인들도 필요 시 이용하게 할 수 있는 믿을 만하고 친근한,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시설이 운영된다면 노인을 위해서도 출향 자녀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노인을 위한 도시 경주, 외지로 나간 자녀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경주, 세월이 지나서도 돌아오게 하는 경주’도 하나의 주요한 과제로 삼아 주었으면 한다. 출향인은 대부분 수구초심(首丘初心)을 가지고 산다. 더구나 노인이 될수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노인을 위한 도시 경주가 된다면 이런 마음을 가진 출향인들을 돌아오게 하고 그런 경주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관련 방문과 관광 등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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