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가 지역 골목상권에까지 미치고 있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골목상권의 대표 업종인 경주지역 일반음식점의 지난해 폐업 수가 488곳으로, 전년 433곳 대비 55곳(12.7%) 증가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주지역 일반음식점 폐업 수가 창업보다 약 1.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일반음식점의 폐업은 총 2348곳, 인허가를 득한 창업 점포는 총 1717곳으로 집계됐다. 창업보다 폐업 수가 631곳 더 많았다.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2021년 한 해 동안에는 무려 800곳이 문을 닫았다.
일반음식점 폐업 수는 2020년 308곳, 2021년 800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지만, 2022년 319곳, 2023년 433곳, 2024년 488곳으로 또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편의점, 분식점 등의 ‘휴게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역 휴게음식점 폐업 수는 221곳으로 전년 대비 228곳보다 7곳 감소했지만, 2022년 165곳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5년간 휴게음식점의 폐업은 총 1141곳, 창업은 총 819곳으로, 창업보다 폐업이 322곳 더 많았다.
미용실, 피부미용, 네일미용 등의 ‘미용업’도 지난해 처음으로 창업보다 폐업이 많았다. 지난해 경주지역 미용업 폐업은 62곳, 창업은 60곳으로 폐업한 업소가 2곳 많았다. 최근 5년간 창업 268곳, 폐업 218곳으로 창업이 우세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됐다.
목욕장업도 최근 5년간 창업이 없었던 반면, 10곳이 문을 닫았다. 노래연습장 역시 5년간 36곳이 문을 닫았고, 창업은 9곳에 그쳤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견뎌왔던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국내외 악재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
경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58)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하루에 30~40만원을 벌었는데 요즘은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을 때가 많다”며 “전기요금, 가스비, 식자재비, 인건비까지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매출은 바닥을 보이고 있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여·49)도 “이번 설 명절을 앞둔 대목에도 손님들이 작년보다 30% 가량 줄어들었다”면서 “직원 없이 영업을 하면서 지출을 줄였지만 큰 폭으로 오른 물가에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창업 증가 업종도 경영난 우려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업종도 있다. 통신판매업과 숙박업이 대표적이다. 경주지역 통신판매업은 지난해 736곳이 창업해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2020년 524곳, 2021년 542곳, 2022년 567곳, 2023년 627곳이 창업해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5년간 창업은 총 2996곳, 폐업은 총 698곳으로 창업이 무려 2298곳 더 많았다.
다만, 폐업 수도 지난 2020년 81곳에서 지난해 193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 역시 최근 5년간 총 58곳이 창업하고, 28곳이 폐업해 창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들 업종 역시 지속적인 경기침체 여파에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숙박업을 경영하는 C씨(59)는 “지난해 연말 탄핵 정국 이후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숙박객들이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대출금 상환과 인건비, 유지·보수비용 등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속 되는 내수 부진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중소·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 증가하는 등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