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과학기술 유산은 찬란한 황금 문화를 넘어, 첨성대와 같은 천문 관측 시설을 통해 빛나는 과학적 전통을 보여 준다. 오늘날 경주지역은 여러 문제에 직면해있다. 도심의 쇠퇴와 고령화, 탄소중립 문제 등 지역의 여러 문제에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어 인공지능(AI), 소형위성, 공간정보시스템 같은 첨단기술을 역사·문화 자산과 융합하여 도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역 고등학생들이 2015년부터 큐브위성을 직접 제작·발사하고, 인공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통신 실험·지구 관측·기상 분석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의 STEM 교육은 영어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의미하는 첫 글자를 따온 말이다. 소형위성 개발을 통해 얻은 지식을 실전 프로젝트와 지역 문제 해결, 대학진학과 직업진로를 연결했고, 수집된 영상을 공간정보시스템과 연동하고 인공지능 모델로 분석하여 산불이나 수해 같은 재난 징후를 조기에 파악했다. 현재 2기의 Irvine01, 02를 올려서 운영하고 Irvine03, 04를 준비 중이었으나 코로나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험은 큐브 위성도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경주 역시 다양한 지역 문제를 안고 있다. 문화유산이 풍부한 반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소형원자로 산업단지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위치해있어 에너지원과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때 소형위성이 전송하는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으며, 관광객 밀집 구역도 한눈에 보여 교통·안전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산업단지와 방폐장 주변의 토지이용 변화나 방사선 영향권 등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운영 안전성과 주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경주가 지닌 ‘천년의 유산’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보존하는 프로젝트 역시 추진할 만하다. 신라 시대 유적을 소형위성 영상과 지상 관측 데이터를 결합해 3D 모델로 재현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문화재 훼손 정도나 관리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관광객 동선을 분석해 ‘스마트 관광’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재난 발생 시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호할 방법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STEM 교육이 결합되면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청소년들이 실제 큐브위성 제작부터 데이터 분석 과정까지 경험하면서 하드웨어 설계, 프로그래밍, 공간정보 활용,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다방면의 실무 역량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길러낸 지역 인재들은 향후 경주의 산업 생태계를 이끌 잠재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으며, 도시는 역사·문화와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창의적 교육 환경을 갖추게 된다.
APEC 회의를 통해 고양된 경주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지역 학생들이 국제 협의체와 연계를 하거나 스마트시티·우주산업 분야를 연계하여 4차산업 인재 양성과 지역 문제 해결 연구에 충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경주시가 이러한 국제 협력 기회를 활용해 소형위성 도입, 관련 인력 양성, ‘경주의 우주 활용 모델’구축 등을 추진한다면 ‘적은 투자로도 큰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교류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외 기업 및 연구기관의 공동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신라 첨성대부터 이어져 온 경주의 과학기술 전통은 현대적으로 재조명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인공지능, 소형위성, 공간정보시스템이 서로 촘촘히 맞물려 문화·관광·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STEM 교육을 통해 길러낸 인재들이 이런 첨단 분야를 주도한다면, 경주는 과거의 찬란함을 간직하면서도 혁신을 향해 도약하는 미래의 과학·문화 융합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상이 곧 천년 고도 경주가 역사와 전통을 넘어, 21세기형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