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골목 경제가 내수부진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한 소상공인의 폐업 소식이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본보가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통해 일상생활과 밀접한 업종들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일반음식점으로 인허가를 받고 창업한 곳이 385곳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폐업은 488곳으로, 창업보다 폐업 수가 103곳 더 많았다.
최근 5년간을 보면 창업은 1717곳, 폐업은 2348곳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2021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일반음식점은 무려 800곳에 이른다. 휴게음식점 역시 최근 5년간 창업은 819곳, 폐업은 1141곳으로, 폐업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생활밀접업종 가운데 사업자수 상위 5위 안에 드는 미용실, 피부미용, 네일미용 등의 ‘미용업’도 지난해 창업 60곳, 폐업 62곳으로 폐업이 많았다. 최근 5년간 미용업의 창업 268곳, 폐업은 218곳으로 창업이 우세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목욕장업도 최근 5년간 창업이 전혀 없었던 반면, 10곳이 영업을 포기했다.
노래연습장 역시 5년간 36곳이 문을 닫았고, 창업은 9곳에 그치는 등 경기침체 여파가 골목상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골목상권 내 흔히 볼 수 있는 주요 업종들은 은퇴한 중년이나 직장생활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청년층의 창업이 많은데, 실패나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번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일반·휴게음식점의 경우 폐업의 가장 큰 원인은 식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에다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 등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자들 역시 가계 사정이 어렵다 보니 경영 악화, 수익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장년과 청년들이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사업이 성공은커녕 빚더미만 남기고 끝나는 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창업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통신판매업과 숙박업 자영업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주지역 통신판매업은 최근 5년간 창업 2996곳, 폐업은 698곳으로 창업이 무려 2298곳 더 많았다.
다만, 통신판매업의 폐업 수도 지난 2020년 81곳에서 지난해 193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 역시 최근 5년간 총 58곳이 창업하고, 28곳이 폐업해 창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창업이 증가하는 업종의 자영업자들도 지난 연말 탄핵정국과 겨울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직후 보복 소비로 인해 잠시 호황을 누리는가 싶더니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경기침체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또 정국 혼란으로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도 어렵게 버텨왔던 지역 중소·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짧은 시일 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위기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지역 경제에 버팀목이라고 할 만큼 자영업의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면 고용, 민간 소비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시대 변화에 맞게끔 신속하게 대처하는 자영업자들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와 동시에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 대책도 있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코로나19 당시처럼 대출 완화로 연명케하는 것보다 대출 이자와 상환 부담을 줄여주거나 폐업비용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등 재기할 수 있는 출구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자영업의 폐업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의 한없는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지만, 제도적인 허점이나 약점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도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내수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마련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