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생활밀착형 환경운동을 펼치는 모임이 있다. 바로 경주환경모임 ‘숲을’이다. ‘숲을’은 경주 최초 제로웨이스트 가게에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정식 모임으로 발족하며 본격적인 환경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여느 모임·단체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친환경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전하는 선구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지난해에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천주머니, 용기내 캠페인’을 개최했다.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전통시장에서 동일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2024년에는 경주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조금 더 규모가 있게, 그리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진행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다만 여전히 비닐봉지의 편리함으로 인해 천주머니 활용이 더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힘이 빠지기도 하고 시장 상인들의 응원에 힘을 얻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하는 경주환경모임 ‘숲을’의 권은선 대표와 이림·이말분 씨를 만나 지난해 환경운동의 뒷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한 단계 성장한 ‘용기내 캠페인’ 경주환경모임 ‘숲을’의 권은선 대표와 이림·이말분 씨는 2024년 마을공동체 사업 선정으로 ‘비닐봉지 대신 천주머니, 용기내 캠페인’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용기내 캠페인은 ‘숲을’에서 일 년에 서너 차례씩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진행해 온 천주머니 권장 캠페인이다. 장을 볼 때, 특히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숲을’ 회원들은 천주머니를 제작해 대여해주는 것. 자체 사업으로 진행했을 때는 예산부터 여러 가지 현실적 한계로 인해 캠페인 실시 횟수, 대여 천주머니 개수 등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사업 선정으로 그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더 많은 시민들에게 천주머니 사용의 필요성을 알리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권은선 대표는 “경주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캠페인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캠페인을 더 자주, 더 많은 곳에서 실시할 수 있었기에 ‘숲을’ 회원 간에는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캠페인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제각각’ ‘숲을’ 회원들은 용기내 캠페인을 성동시장, 중앙시장, 황성시장에서 주로 진행했다.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상인과 시민들 2~3년 전의 시선과 달리 요즘은 상당히 긍정적이란 반응을 느꼈다고 전한다. 특히 상인들은 캠페인에 나선 ‘숲을’ 회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직접 천주머니 사용을 홍보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고. 다만 몇몇 상인들이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냐?’라는 말과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일부 시민들의 이야기에 힘이 빠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응원에는 힘이 나지만 시큰둥한 반응에는 다소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 격려하며 응원해주는 시민들과 상인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림 씨는 “전체적으로 시민들의 반응은 예전보다 확실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꼈다. 특히 의외로 시장 상인들의 격려와 호응이 컸기에 상당히 놀라기도 했는데 이들의 응원은 캠페인을 펼치는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반면, 한두 명의 상인분들이 ‘귀찮게 왜 캠페인을 하느냐’는 반응과 ‘그렇게 해도 바뀌겠나?’라는 시민들의 반응을 볼 땐 힘이 빠졌다.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느꼈으며, 더 열심히 캠페인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친환경 ‘숲을 장’과 ‘탈성장’ 강연도 열어 경주환경모임 ‘숲을’은 친환경 장터인 ‘숲을 장’을 수년째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친환경 삶을 살고있는 경주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포장이 없는 장터, 비닐봉지 대신 다회용 주머니나 용기를 사용하는 장터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강연도 개최했다. 전 세계가 이제껏 성장만 바라보며 달려왔으니 이제 그 성장에서 조금 시각을 돌려 성장을 위해 포기했던, 버려졌던 것들을 생각해보자는 ‘탈성장’ 강연이 그것이다. 다소 내용이 생소하고 범위가 추상적이지만 이렇게 탈성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숲을’ 회원들의 생각이다.       권은선 대표는 “탈성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어렵고 생소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성장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닌 성장만을 위해 달려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환경과 같은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자는 취지의 강연이었다. 탈성장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강연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친환경적인 강의와 논의가 경주에서 활성화되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다.     일상과 주변을 바꾸는 실천 이말분 씨는 지난해 캠페인을 비롯한 ‘숲을’ 활동 등 친환경 삶의 실천을 하며,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전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봉사단체 회원들이 한 번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 이말분 씨의 눈치 때문이라도 지인들이 다회용 용기를 쓰는 등 약간의 친환경적인 활동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환경운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귀찮음을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회용기를 쓰는 것, 일회용품이 나오는 배달 음식을 줄이고 직접 해먹는 것 등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귀찮음을 동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고 늘어나는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천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숲을’의 환경운동은 조금씩 시민들에게 친환경적인 삶의 실천을 알리는 좋은 계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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