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자로 만 33년 만에 다시 경주시민이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홀로 남으신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경주로 왔는데 여러 가지로 주민등록을 경주로 옮겨오는 것이 합당할 듯해 옮긴 것이다. 그러고 나니 좋은 점이 많았다. 결연한 의지로 아버지와의 유대가 깊어진 것이 가장 좋았고 이제 경주시민이 되었으니 이런저런 시정이나 경주의 일상사에 경주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명분이 생겼다. 현실적으로 좋은 점은 경주의 온갖 관광지들을 무료로 혹은 할인받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주민등록을 내 것만 옮겨왔더니 아내는 이런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일전에 금관총 내부를 구경 갔었는데 나와 아버지는 경주시민으로서 포항 사시는 큰누나 내외는 65세 이상 우대로 무료로 들어갔는데 아내는 주민등록이 하남이라는 이유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다. 물론 그 몇 천 원이 아까운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관광지에 입장료를 낼 때마다 고향에 한 푼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지불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은 경주에서 살고 있는 아내가 이런 혜택을 못 누리는 것은 한편으로는 아쉽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에 정책 하나를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출향인들에게 명예시민증을 발행해 경주시민에 준하는 혜택을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사실 출향인들은 일 년에 최소한 한두 번, 많으면 너댓번은 경주에 온다. 그런데 이들이 경주의 유명 관광지를 가족들과 다닐라치면 만만치 않은 입장료로 인해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게다가 출향인들에게는 경주의 어느 곳이건 한두 번 혹은 그 이상 다닌 곳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보통은 굳이 입장료까지 내고 움직이는 것은 성가시다. 지금은 불국사와 석굴암 등 전국의 유명 사찰이 무료로 바뀌었지만 그러기 전에는 불국사 석굴암에 가족들과 함께 가는 것이 보통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 희한해서 가만 앉아 있으면 소비도 하지 않지만 어디로건 움직이면 그에 따라 당연히 소비가 일어난다. 출향인들은 고정적인 경주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다면 시는 중요한 소비 주체를 잃는 셈이고 출향인들은 경주에 오기만 했지 고향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사는 곳으로 돌아갈 뿐 아닌가? 출향인들을 명예 시민으로 모시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일 수 있다. 전국적으로 향우회가 있고 각 초중고교의 동창회도 있으니 이런 조직들과 연계하여 출향인과 출향인 가족들을 쉽게 명예시민으로 모을 수 있다. 그들이 고향에서 혜택받는다고 생각하면 휴가나 방학 때 경주로 나들이할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다. 굳이 출향인이 아니어도 경주명예시민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가시켜도 될 것이다. 명예시민증을 얻었다는 자체로 경주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여기에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면 경주에 훨씬 적극적으로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제도적으로, 명예시민들에게 특별한 할인이나 혜택을 줄 수 있는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모집해 이를 사업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주는 아직도 절대다수의 관광객이 단순히 하루 동안 구경하고 돌아가는 관광지로 인식되는데 이런 관광객들이 하루라도 경주에 머물 수 있게 한다면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다 보니 아내가 낸 입장료가 조금은 억울하게 여겨졌다. 우리 부부가 경주에 옴으로써 한 달에 소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이 비용은 경주시민과 경주시에 적잖은 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이 되지 않았다고 가족 전부가 할인받는데도 입장료 몇천 원을 할인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야박해 보였다. 물론 지금은 공식적인 제도가 그러니 아내가 입장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명예시민 제도를 만들어 경주시민과 똑같이 배려한다면 비록 입장료 수익은 줄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큰 외식비나 쇼핑 등으로 입장료보다 많은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남편 하나만 믿고 경주 와서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데 경주시가 명예시민증을 준다면 아내가 경주 사는 보람이 훨씬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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