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경주시립극단의 ‘벚꽃동산’이 관객들의 호응 속에 종료됐다.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공연의 감동을 나누는 가운데, 객석 가장 뒤편에서는 무대 상황과 관객의 반응을 세심히 살펴보는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신임 예술감독 강성우 감독이다.
경주시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공식적인 첫 공연을 올린 후, 지난 10일 강성우 감독을 만나 그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GRESE’, ‘낙원의 길목’, ‘셰익스피어의 여인들’ 등에서 연기자로 직접 무대에 섰던 강성우 감독은 1999년 락 뮤지컬 ‘Godspell’의 조연출로 시작해 70여편의 연극, 무용, 창작극을 연출해왔다. 또한 2005년 APEC 정상회의 특별기획공연인 락 뮤지컬 ‘가락국기’와 부산예술제 참가작 등 다양한 작품을 기획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앞서 올해 국공립페스티벌에서 경주시립극단의 ‘그림자의 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성우 감독은 ‘그림자의 시간’을 연출하며 경주 관객들과 소통했던 과정에서 경주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외부 작품이 많이 유입되면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취임 이후 경주시립극단이 선보인 작품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러시아 문학의 거장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첫 작품으로 선정하게 됐다. 이는 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공공재로서 시립극단의 존재 의미를 확립하기 위해 매년 한 편의 명작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담겨진 것이다.
경주시립극단은 시민들과의 더욱 가까운 소통을 위해 이번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전, 오픈 리허설을 마련했다. 단원들의 생생한 연습 현장에 시민들을 초대한 것이다.
강 감독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정통 명작을 선보이기 위해 명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든든하다. 저희가 아무리 좋은 공연을 준비해 무대에 올려도, 이를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관객이 없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시즌 1이 잘 마무리된 만큼, 내년에는 시즌 2를 기획해 매년 한 편의 명작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극을 진행하면서 경주시립극단의 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문적인 기획력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며, 인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인원 충원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연극을 올릴 때 무대 위의 배우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한 명의 배우를 위해 대개 3명의 스태프가 필요하다. 조명, 무대, 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뒤에서 지원해주는 이들이 있어야만 무대가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기획력과 조명, 무대를 담당할 팀 등 인적 인프라가 더 확보되면, 현재 타지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비상임 인력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비상임 단원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를 확보하면 보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획력을 갖춘 전문가가 있다면 효과적인 홍보와 소통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무녀도와 관련된 경주 지역의 역사성을 담고 있는 ‘을화’라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 감독은 밝혔다. 그는 경주시립극단의 작품을 통해 관람하는 분들이 동시대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강 감독은 “앞으로 공연과 배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리플렛 작업에 더욱 신경을 쓸 예정이며, 사소한 것부터 조금씩 바꿔나갈 계획이다. 시립극단의 변화를 위해서는 단원 간의 소통과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하며 만들어지는 작품은 무대에서도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경주시와 단원들, 그리고 경주시민들 간의 매개 역할을 통해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경주시립극단을 만들어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강성우 감독은 이번 ‘벚꽃동산’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경주시립극단이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사랑받는 극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