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가 현대무용을 비롯한 다른 춤 장르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발끝으로 서는 까치발 동작이다. 이것을 발레 용어로 쉬르 레 푸앵트(sur les pointes)라고 한다. 까치발 동작은 발레 예술에 독자성을 부여했고, 오늘날 발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작이 되었다.
20세기에 태동한 현대무용은 장르의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해 이러한 까치발을 거부하고 토슈즈를 벗어던져야 했다. 발끝으로 서는 이유는 천상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발레는 천상의 예술을 지향했다.
까치발은 무용수가 발뒤꿈치를 맞댄 상태에서 다리와 발을 180도로 벌리는 동작, 즉 앙 드오르(En Dehors)와 함께 발레 테크닉의 출발점이다. 신기에 가까운 32회전 푸에테 등 발레의 각종 회전 동작은 발끝으로 서지 않고서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무용수의 화려한 테크닉은 모두 까치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발레 역사에서 까치발 동작을 누가 처음으로 시도했을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낭만주의 시대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Marie Taglioni, 1804-1884)로 인해 까치발이 완벽한 예술적 가치를 획득했다는 평가에는 이론이 없다.
그녀는 발레 명문가문 태생이다. 아버지 필립포 탈리오니(Filippo Taglioni, 1777-1871)는 당대 최고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였다. 그녀는 1827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 데뷔하여 1832년 같은 극장에서 라 실피드(La Sylphide)의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낭만발레의 시조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서 마리는 발끝으로 무대에 등장하여 마치 천상의 요정처럼 무대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이는 발레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의 하나였다.
한편, 까치발 동작으로 파리의 독보적인 발레스타가 된 탈리오니에게 라이벌이 등장한다. 1834년 파리 오페라극장에 합류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파니 엘슬러(Fanny Elssler, 1810-1884)는 카추샤(Cachucha)라는 작품에서 캐스터네츠를 들고, 우아하면서 경쾌하게 스페인 춤을 추는 장면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탈리오니와 엘슬러는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탈리오니가 청순가련형이라면 엘슬러는 관능미가 넘쳤다. 탈리오니는 가벼운 도약으로, 엘슬러는 작고 빠른 스텝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청순한 선배 마리 탈리오니는 6살이나 어린 파니 엘슬러의 관능미가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두 무용수는 묘한 라이벌 의식으로 단 한 번도 무대에 함께 선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