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밤.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일찍 잠이 든 밤, 아줌마는 어깨결림에 잘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홀로 보고 있었다. 비상계엄. ‘영화 채널을 보고 있었나?’ 리모컨을 잡았다. 모든 방송 채널에서 특별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일찍 잠든 남편을 깨워야 하나?’ 당황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포고령 1호가 발표되었다.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와 기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두려움이다. 아줌마도 두려웠다. ‘국가의 폭력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가능한 일인가? 경제 전쟁은 결국 실제적인 전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난 세계 역사와 극우 성향의 지도자들이 여기저기서 탄생하는 것을 보며 우려했는데. 다른 나라를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이는데, 경찰은 국회 진입을 막고, 대한민국 최고의 군인들은 완전무장을 한 채 헬기로 국회 마당에 착륙,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이려고 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줌마가 죽을 때쯤에나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회복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할까? 아줌마는 두려웠다. 그 희생에 동참할 수 있을까 걱정했고,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됐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두려웠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 행동도 못 한다면, 나는 도대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물려줄 수 있을까 두려웠다. 울면서 기도했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국회를 지킨 것은 많은 시민과 보좌관들이었다. 평소에 국회에서 보좌관들이 싸우는 걸 보면 저게 뭐 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 오늘을 위한 연습이었을까. 은근히 믿음직스러웠다. 물론 완전무장 한 군인들이 무대뽀로 들어왔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들도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군인들이니 그들의 지성과 인성에 박수 치고 싶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한 이후, 후폭풍은 대단하다. 그날 아침 모든 대화의 주제는 지난밤 이야기였다. 그날 그 밤의 일은 아줌마를 분노케 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안다는 것이. 반국가적 세력이라는 것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지칭한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생각이 겨우 저 정도라는 사실에 기겁했다. 매일 밤 한반도는 밝게 빛난다. 국민의 뜻을 저버린 이들을 향한 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날 그 밤의 우리가 느꼈던 두려움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그날 그 밤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장본인은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국민은 뒤로 한 채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아줌마는 화가 난다. 지금 이 상황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지금,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어떤 사람의 인성을 알고 싶다면 권력을 줘보라고 한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을 가진 이치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를 보기가 힘든가. 우루과이의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와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내려온 넬슨 만델라 정도. 아줌마는 생각한다. 정말 잘 뽑아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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