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령 최병익 작가의 작품전 ‘不知老至’가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해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최신 작품인 조각보와 서예의 융합된 작품을 포함해, 10m길이의 대작과 문인화 등 총 150여점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조각보는 안방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서예는 사랑방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두 전통문화의 결합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며, 작가는 이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한자 서예는 복잡하지 않은 한자로 구성돼 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와 깊이 있는 사유를 유도하는 문구를 전달하고자 한다.
최병익 작가는 어릴 적 조부의 가르침으로 붓글씨를 시작했으며, 이후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 전국의 여러 명숙를 찾아 배우고, 중국 미술학원에서 서예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그는 백발이 될 때까지 벼루에서 검은 먹을 갈며 서예 연습에 매진했고, 상해미술관에서 열린 중국 서법가 협회 공식 초청 개인전을 포함해 총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양이나 수치보다 결과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옛 글씨를 본떠 쓰는 한편, 문자도, 난엽체, 미소달마, 조각보도안 등 다양한 서예 스타일을 시도해 독특한 결과를 창출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서체인 추사체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연파 최정수 선생에게 배워 그 전통을 이어가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다.
이번 전시의 주제 ‘不知老至’는 그런 작가의 열정과 삶의 철학이 깊이 담겨 있다.
그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나는 청년이지만,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늙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잊고 오로지 글씨 쓰는 삶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의 전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예에서 운필법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를 위해서는 붓을 잡는 기본적인 지필법이 올바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글씨가 지닌 힘에 대한 질문은 그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이며, 그는 선비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고 했다.
올곧은 선비의 맑은 기운이 경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
최병익 작가는 “내년에는 호남 지역 언론이 주최하는 초대전을 계획하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작품을 통해 두 지역 간 문화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전통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화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령 최병인 작가는 경주고를 졸업한 후 동국대 행정학부와 동국대 교육대학원 한문과를 수료하고, 중국미술학원에서 서법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연파 최정수 선생과 중국 상해의 왕위평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서예의 기초를 다졌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전통미술명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