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모를 뿐, 관람객들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이 단순한 말 속에는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겨져 있다. 최두헌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오직모를 뿐-벽암록’이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스페이스에서 11월 4일까지 열린다. 벽암록은 선종에서 수행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공안을 집대성한 공안집이다. 이번 전시는 중국 송나라의 승려인 설두중현이 제자들을 위해 선정한 화두인 ‘설두송고’에 대한 원오극근의 해석을 바탕으로 한 벽암록 100칙 가운데 42개의 화두와 그외 선가의 어록들을 돌에 새겨 시각적으로 풀어놓았다. 최두헌 작가는 서예와 전각 분야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그의 전각의 독특한 특징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문자나 이미지의 조합을 넘어서, 그 이면에 존재하는 철학적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6년 전 전각예술을 처음 접한 최두헌 작가는 지난 6년간 ‘벽암록’ 속 선승들의 일상들을 전각 작품으로 하나하나 새겨왔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설프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다시 새기고, 또 다시 새기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신의 예술을 다듬어왔다.  한나라 인장(漢印)과 같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공부는 때로는 감을 잡기 힘든 과정처럼 느껴지지만, 묵묵히 ‘오직 모를 뿐’이라는 신념으로 작업에 몰두해 왔다. 그는 언젠가 훌륭한 예술가로 거듭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앞서 그는 지난 작업을 모아 ‘오직 모를 뿐-벽암록’이라는 책을 발간했으며, 이번 전시는 그 발간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최두헌 작가는 “현대인들은 다수의 고민과 판단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시기와 질투로 타인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더욱 복잡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너와 나의 경계’, ‘좋다 나쁘다의 경계’, ‘기쁘다 슬프다의 경계’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를 완전히 차단하고, 오직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자리에서 ‘이게 뭘꼬?’라는 의문 자체를 ‘오직 모른 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각 예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며, 불교 철학에 기반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더불어 후학 양성을 통해 서예와 전각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보탁 최두헌 서예·전각가는 1976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한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부산대 한문학과에서 경봉선사의 한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실장, DOT미술관 기획실장 등을 역임하며, 2020년 박물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학예사’로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경봉 정석의 한시 연구’, ‘시민의 인성2-인문학은 힘이 세다’(공저), ‘금강산 관상록’, ‘영축산의 구하 천보와 오대산의 한암 중원’(공저), ‘경봉시집’ 등이 있으며, 서예·전각가로서 대한민국미술대전, 경기도서예대전, 경인미술대전, 경북서예대전의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전국휘호대회(국제서법예술연합) 초대작가이자 한국서예가협회 회원, 한국전각가협회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그는 경주에 거주하며 석가(石家) 서예·전각연구소를 운영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불교시의 시각화와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부산대 한문학과 강사, 양산시 학술용역심의위원, 양산시립박물관 자문위원,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조정위원 등으로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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