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5인조의 막내인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는 귀족 집안 출신으로 가문의 전통대로 해군에 입대하여 장교가 된다. 어린 시절 귀족들의 교양 차원에서 음악을 익힌 그가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로 들어선 건 발라키레프를 비롯한 5인조 멤버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러시아 국민주의 음악에 매료되었고, 잠재되어 있던 음악적 재능이 꽃을 피우게 된다. 특히 관현악에 일가견이 생겼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1871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관현악법 및 작곡법 교수로 임용된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게다가 정규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사람을 교수로 발탁한 것은 꽤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당시 서양식 음악에 정통했던 차이콥스키와 교류하며 막역한 우정을 쌓았다. 또한 3년 동안 안식년을 갖고 독학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대가가 되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작은 1888년에 만든 교향모음곡 ‘세헤라자데(Shekherezada)’다.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에 모티프가 있는 작품으로 그의 관현악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탄생했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오리엔탈리즘이 돋보이는 4악장의 작품이다. 과거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세헤라자데를 선곡하면서 우리나라에 친숙한 곡이 되었다. 사실 세헤라자데보다는 ‘왕벌의 비행’이라는 소품이 림스키-코르사코프를 대표하는 곡으로 더 유명했었다. 이 작품은 1900년에 초연한 오페라 ‘살탄 황제의 이야기(The Tale of Tsar Saltan)’의 2막에 등장하는 곡이다. 벌떼의 습격을 받은 백조의 모습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여러 악기로 묘사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아노곡은 이 관현악곡을 러시아의 후배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가 편곡한 것이다. 관현악의 대가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편곡자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러시아 음악의 선구자였던 미하일 글린카Mikhail Glinka, 1804-1857)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Ruslan and Lyudmila)’를 편곡했다. 러시아 5인조 동료들의 작품에도 손을 댔다. 보로딘(Aleksandr Borodin, 1833-1887)의 미완성 오페라 ‘이고르공(Prince Igor)’과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1839-1881)의 대작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Boris Godunov)’가 대표적인 편곡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한동안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다가, 5인조 동료들의 다소 거칠지만 독창적인 작품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요즘은 최소한의 수정을 거친 원곡이 연주되고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 5인조의 국민악파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지만, 스스로 서양 음악 양식을 독학하여 둘을 융합시켰다. 글라주노프, 레스피기,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 당대를 풍미한 러시아의 거장들이 모두 그의 지도를 받았다.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해임되었다가 복직되었지만 곧 은퇴를 했고, 지병으로 1908년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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