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고 하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입실 전통시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고 허리가 꼬부러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젊고 힘 좋은 외국인인 나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느꼈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사람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할머니들이 펴 놓은 채소가게, 과일가게, 마늘가게 등을 구경하였다. 과일, 야채, 생선, 떡뽁이, 순대, 호떡, 옷, 족발, 반찬, 옥수수 파는 가게를 둘러보며 시장 구경을 하고 있을 때, 20년 전 내가 입사해서 처음 다니던 회사의 과장님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오늘 만난 과장님은 나이가 많이 들었고, 건강이 좀 안 좋아 보였는데도, 저를 알아보아 주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처음 한국 생활이 서툴고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 느꼈다.  왜냐하면, 회사를 퇴사하고 난 뒤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오늘 입실 전통시장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과장님 내외분도 반가워하면서 자기 집으로 꼭 놀러 오라고 주소도 전해 주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게 있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늘 성실하고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에 사는 분들은 매너가 좋고 그래서 더욱 내가 살고 싶은 곳이다. 입실 전통시장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는 것 같았다. 시장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중 40년이 된 국밥집이 문을 열어 놓았는데,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왜냐고요, 돈이 없어서 그랬지요. 내일, 모레가 월급날이어서 지금은 돈이 없다. 이 국밥집에는 할머니가 요리를 하시는데 정말, 진짜 맛있다. 전에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친구들과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얼마나 맛이 좋든지. 꿀맛이었다. 한국 분들은 무슨 일을 하며 뭐든지 열심히 하는데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것에 너무 놀랐다. 지난달 신문 기고에서 “아화시장은 많이 쇠약해지고 있다”고 글을 섰는데, 여기 입실 전통시장은 할머니 30여분이 도로변 난전에 조그마한 포장을 펴놓고 집 텃밭에서 기른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 등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다. 이곳은 아직 생기가 넘치고 전통시장 경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외국인들도 장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물건을 사러 온 외국인들도 많았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과연 입실 전통시장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살아있는 닭, 토끼를 파는 가게에 가서 “한 마리에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집에 가지고 가서 한 번 길러보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값이 비쌌다. 그래서 구입하지는 못했으나 살아있는 닭과 토끼를 파는 모습은 스리랑카의 장터 모습과 비슷했다. 입실 전통시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물건파는 곳 30여개, 시장골목 안 외지 상인들이 차린 옷, 생선, 과일, 잡화, 채소, 모종, 순대, 오뎅, 족발, 반찬, 옥수수, 보리떡, 누룽지, 우묵가사리, 콩물, 딸기 ,민물고기, 고동, 펑튀기, 달걀, 옛날과자 점포가 50여개 펼쳐져 있다. 새롭게 현대식으로 단장한 전통시장에는 과일, 채소, 잡화, 그릇, 신발, 김, 농자재, 쌀, 약국 등 20여개의 점포가 장사를 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으나 골목 외지 상인들 점포 보다는 손님들이 적었다. 주차장도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고, 소통문화센터라는 상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도 있어 요즘 시골도 살기가 좋은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참 보람되고 알차게 한국의 멋과 맛과 시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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