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도구(tool)는 정치, 제도, 경제, 문화 등 한 사회의 특성이 국가 간, 국가 내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이질적이고 복잡한 환경을 고려하여 적용되고 활용될 때 의미를 가진다(이창언, 2020: 1734). 우리 삶과 분리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SD)의 실천, 그리고 긍정적 결과는 문화예술과 분리되어 설명할 수 없다.
COST(2015)는 문화예술이 지속가능발전을 이끌어 내고 완수하는 역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 문화와 예술은 개개인의 창조성을 높이고 자기표현의 원천이 되는 등 경제·사회·환경 분야와는 구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역할을 가진다. 둘째, 문화는 사람들의 세계관의 근저에 있는 것으로서 다양하고 경쟁적인 요구를 균형 있게 하여 발전에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셋째, 문화는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은 경제성장을 가장 중시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을 위한 주체로서 개인과 집단의 역량강화나 가치관에 주목하여 문화의 역할을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와 개인의 발전의 상호관계에서 문화의 지위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을 경제성장이 아니라 개개인의 충실한 삶(Well-being) 실현으로 이행시키는 논의라고 할 수 있다(Sen, 1999; 石塚正彦 역, 2000). 심지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이하 ‘GDP’)의 개발자인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34)조차도 “GDP에 의해 정의된 국민소득의 측정을 통해서는 한 국가의 후생을 알 수 없다(Kuznets, 1934)”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은 GDP를 대체하는 척도로서 8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물질적 소비뿐 아니라 건강, 교육, 일, 관계, 불평등,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 다차원적 개념이며,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Joseph E. Stiglitz, Amartya Kumar Sen, Jean-Paul Fitoussi, 2010). 소득을 비롯한 물질적 생활 조건, 건강 유지, 교육, 일하는 것 등의 활동, 정치적 발언력, 사회와의 관계를 갖는 것, 현재와 미래의 환경, 미래에 걸친 경제적·물리적 안정성, 지속가능성(경제적, 환경적)을 독립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이승준·김지원·조주령·구교준, 2021).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동료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생산’과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었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혹시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원전 같이 자기 파괴적인 것은 아닌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생명줄 역할을 하는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때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GDP를 나침반처럼 여기고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만 보고 달려 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인간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고, 그것을 향해 가려면 어떤 이정표를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아마르티아 센, 조지프 스티글리츠, 장 폴 피투시 저, 박형준 역, 2011: 224-225).”
위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충만한 삶(Well-being)을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감 수준이 아니라 사회나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련된 주체로서의 인간상을 전제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만한 삶(Well-being)은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 요소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원 낭비형 생활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문화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적은 사람들이 충만한 삶(Well-being)의 실현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서는 문화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