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경주 남산은 다채로운 초록빛깔로 가득 차 푸르른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4일 체코에서 온 칠불암 휴정스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칠불암을 오르는 등산로를 걸으며 진행된 인터뷰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 스님의 따뜻한 마음과 자비로운 모습이 남산길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휴정스님은 18세 때 선센터를 통해 한국 불교를 접하며 스님 생활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출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스님은 체코에서는 불교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제대로 된 교육과 수행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게 됐고, 이 길이 아니라는 작은 확신을 가지고 출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체코에서 그 뜻을 비추니 한국의 경주 남산에 위치한 칠불암의 주지이신 예진스님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그 소중한 인연 덕분에 남산의 정상에 자리한 칠불암에 오게 된거죠”
특히 스님은 칠불암과의 인연이 출가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체코에서 한국의 선시집을 체코어로 번역된 버전을 통해 접하게 됐는데, 그 선시집에 실린 배경 사진이 바로 현재 스님께서 머무르고 있는 칠불암 위의 신선암의 마애보살반가상이었다. 이를 통해 스님은 경주 남산, 그리고 칠불암과 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칠불암은 산 정상에 위치한 암자로, 물이 부족하고 생활 환경이 열악해 중흥사의 스님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3일마다 번갈아 가며 칠불암에서 예불을 올리고, 신도들을 맞이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님은 남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마음을 성찰하며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일부 절에는 절로 들어가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게 하는 일주문이 있습니다. 칠불암으로 가는 길에는 정식 일주문이 없지만, 이 숲이 일주문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는 모든 움직이는 마음, 감정, 잡념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님은 일상 속에서의 ‘잠시 멈춤’을 가장 귀중한 행위로 여기며, 이를 통해 참된 평안과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절이나 선방에서만 평온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명상이나 기도, 예불과 같은 공식적인 수행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잠시 멈춤’입니다.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고, 깊은 호흡을 통해 내면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멈춰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숨결을 느껴보길 권해봅니다”
아울러 마조 도일 선사의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을 들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수행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수행에서 참선, 염불, 108배, 심지어 3000배 같은 형식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이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음을 단련하는 과정이며, 결국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끔 이런 방법에만 과도하게 몰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동, 예를 들어 배우자를 위해 세 끼 식사를 준비하는 것부터 모든 일상의 움직임이 모두가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화두 수행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단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스님.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되면 자기 집착이 사라지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운문사에서 보낸 승가대학 4년간의 시간을 꼽았다. 그 시기는 매우 힘들었지만, 그 경험이 지금에 이르러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님은 더 다양한 경험과 내면의 수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위해 천도재나 49재를 지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됐다는 스님은 작은 관심과 위로만으로도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일들이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때로는 자신이 부족해 신도들에게 더 나은 상담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스님은 불교를 기반으로 한 더 넓은 내면 공부를 통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스님은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해 칠불암의 회주 월암 스님의 가르침인 ‘항상 지혜로 깨어 있으며, 자비의 마음으로 서로를 품어야 한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이러한 마음가짐을 모두가 가진다면 인간 관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강조했다.
“지혜로운 마음으로 순간을 인식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 순간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화합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칠불암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저를 따뜻하게 포용해주신 은사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체코에서 온 휴정스님과의 대화는 경주 남산의 푸르름 속에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국 불교에 대한 열정과 칠불암에서의 수행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스님의 여정은, 마음의 안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스님의 따뜻한 마음과 자비로운 가르침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가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서로를 품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