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주를 말할 때 역사·문화·관광 도시라고 표현을 한다. 하지만 최근 경주는 역사·문화가 약해지고 관광만 남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주시는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3년간 55억원을 상회하는 예산을 집행하고도 지난해 연말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더욱이 문화도시 탈락은 유네스코본부에서 회원국에 권하고 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후순위로 미뤄놓았기에 더 큰 아픔이라 할 수 있다. 경주시는 2019년 창의도시 가입을 위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예비회원도시 가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후 2회의 관계자 회의, 기초조사 용역 발주, 분야선정위원회를 통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확정만 이뤄졌을 뿐 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민관추진단 발대식을 가진 것이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2019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승인을 받은 진주시는 지역 내 문화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미래 먹거리 산업을 걱정한 문화예술인들이 리더들과 함께 창의도시 가입을 추진했다. 그들은 절실했고 절박했기에 진정성을 알게된 지역 리더들은 진주시에 강력하게 가입 추진을 요청했다. 이후 3년간 민·관이 합심해 실천가능한 진주시의 미래 먹거리 산업 청사진을 그렸으며, 이러한 노력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승인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진주와 경주는 문화자산, 도시 구성 등 유사한 부분이 많다. 농업도 활발하고 1000년을 이어온 문화, 공예가 발달한 중소도시라는 점 또한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구가 감소하는 부분까지 유사하다. 진주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창의도시 가입으로 정했다. ‘공예와 민속예술’을 활성화하고 관련된 인재를 육성하며, 지역민의 참여를 이끄는 다양한 국내·국제 행사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진주시에서 계획한 사업들은 지역 예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진정성이 묻어난 것이다. 단순한 용역에서 도출한 사업 계획이 아닌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물론 진주시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문화도시에도 선정돼 많은 예산을 받게 됐는데 여기에 창의도시 계획이 대거 반영됐다고 한다. 진주시는 경주시의 창의도시 가입 추진에 가장 모델이 되는 도시인 셈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제도시 승인을 위한 국내 추천도시 선정을 올해 5월경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경주시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에는 경주를 포함한 총 4개의 시가 예비회원도시로 돼 있다. 청주, 밀양, 안동이 그 도시들인데 실제 4개 도시가 경합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만만찮은 상대이기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추천도시 가입을 위한 용역업체,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실제 경주시가 추진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긴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돼야 한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그리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시민이 빠진 거창한 일부 관계자들만의 계획으로는 국제도시 가입이 쉽지 않을뿐더러 유네스코 로고 사용을 위한 신청으로 치부될 수 있다. 경주시가 신청하는 분야가 ‘공예와 민속예술’이지만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문화자산을 활용하는 것 또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음식과 음악 등 신라 천년의 잔향을 공예와 민속예술 산업과 접목시키는 방법이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농업, 공업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문화라는 것은 모든 분야가 연결선상에 놓여진 하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그리는 미래 먹거리 산업은 농업·공업·상업·교육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경주에서 역사·문화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빠지거나 약화된다면 지금의 일차적인 관광도시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경주시는 창의도시 가입을 2025년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 올해 도전을 할 것이라면 시간이 부족하다. 담당 공무원을 물론, 지역 문화예술계, 시민, 교육기관 등 전방위적인 참여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동시에 치밀하고 철저하게,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창의도시 계획을 당장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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